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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생명과학 | 제218화 장애인 의료접근성과 사회적 배제 본문

1. 휠체어와 계단
2025년 3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내과였습니다. 38세 척수장애인 박민준은 병원 입구 앞에서 멈췄습니다. 계단이 세 개였습니다. 경사로가 없었습니다. 전화로 확인했을 때 접근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다시 스마트폰을 열었습니다. 근처 다른 내과를 검색했습니다. 두 곳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한 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이었습니다. 네 번째 병원이 1층이었습니다. 버스로 20분이었습니다. 박민준은 돌아섰습니다. 단순한 감기였습니다. 그러나 감기 하나를 치료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병원 문 앞에서 막혔습니다.
2. 장애인 의료 현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의료가 필요합니다. 장애로 인한 2차 합병증, 만성질환, 정기 검진. 그러나 의료 접근성은 더 낮습니다. 202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장애인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22.3%였습니다. 비장애인의 8.4%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습니다. 미충족 이유의 1위는 이동의 어려움이었습니다.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습니다. 의료 필요는 높지만 접근은 막혀 있습니다. 이 모순이 장애인 의료의 현실입니다.
3. 물리적 장벽
의료기관의 물리적 접근성은 법으로 규정됩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 의료기관은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점자 안내판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편의시설 설치율은 43%였습니다. 절반 이상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소규모 의원은 적용 예외가 많습니다. 동네 병원이 가장 자주 가는 곳인데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병원에 갈 수 없다면 의료는 없는 것과 같다
4. 진료실 안의 장벽
물리적 접근이 가능해도 진료실 안에 또 다른 장벽이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은 의사의 말을 듣지 못합니다. 수어 통역 서비스가 없으면 필담으로 진료를 받습니다. 복잡한 진단과 치료 설명을 필담으로 충분히 전달받기 어렵습니다. 시각장애인은 검사 결과지를 읽을 수 없습니다. 점자나 음성 안내가 없으면 내용을 알지 못합니다. 지적장애인은 증상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의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소통하지 않으면 진단이 빗나갑니다. 진료실이 장애인에게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5. 여성 장애인의 이중 배제
여성 장애인은 의료 접근에서 이중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산부인과 진료가 특히 어렵습니다. 진료대가 휠체어에서 옮겨 앉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수직 이동 리프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각장애 여성이 산부인과에서 진단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23년 여성 장애인 건강 실태조사에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은 비율이 비장애 여성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검진을 받지 못하면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예방 가능한 질환이 예방되지 않습니다.
6. 정신장애인의 의료 배제
정신장애인은 의료 접근에서 가장 심각한 배제를 경험합니다. 정신과 입원 이력이 있으면 다른 질환 치료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증을 호소해도 정신적 원인으로 치부됩니다. 동의 능력에 대한 편견이 자율적 치료 결정을 막습니다.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서 정신장애인의 일반 의료기관 이용 차별 경험률이 34%였습니다. 셋 중 한 명이 차별을 경험했습니다.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신체 질환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입니다.
접근할 수 없는 권리
7. 장애 친화 의료기관
변화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장애 친화 의료기관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애 친화 산부인과, 장애 친화 치과를 지정해 지원합니다. 이동식 진료대, 수어 통역사 연계, 장애 유형별 편의 장비를 갖춥니다. 2024년 기준 전국 장애 친화 산부인과는 24곳이었습니다. 장애 친화 치과는 47곳이었습니다. 시작은 됐습니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전국 장애인 수는 약 265만 명입니다. 24곳의 장애 친화 산부인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요가 아닙니다.
8. 재가 의료의 가능성
병원에 가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을 위해 의료가 집으로 찾아오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방문 의료 서비스입니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가 가정을 방문해 진료와 재활을 제공합니다. 2024년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이 진행됐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중증 장애인이 대상이었습니다. 참여 의사 수가 적었습니다. 수가가 낮아 의료기관이 참여를 꺼렸습니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공급자에게 충분한 유인이 없으면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은 사회의 포용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9. 개인이 알아야 할 것
장애인이 의료 이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장애인 의료비 지원 사업은 저소득 장애인의 의료비 일부를 지원합니다. 수어 통역 서비스는 한국농아인협회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장애 친화 의료기관 목록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증 장애인의 경우 활동지원사가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건강 주치의 제도를 통해 전담 의사에게 통합적 건강 관리를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제도를 아는 것이 접근의 첫 번째 단계입니다.
10. 계단 앞에서
박민준은 버스를 타고 20분 거리의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1층이었습니다. 경사로가 있었습니다. 진료를 받았습니다. 감기약을 처방받았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생각했습니다. 감기 하나에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비장애인이라면 10분이었을 일이었습니다. 계단 세 개가 한 시간 오십 분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장애인 의료 접근성은 특별한 혜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연한 권리를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계단 앞에서 멈춰야 하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포용적 사회입니다. 경사로 하나가 그 차이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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