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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생명과학 | 제216화 의료 과잉과 불필요한 치료 본문

1. 추가 검사 권유
2025년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종합병원이었습니다. 48세 회사원 한재호는 건강검진 결과 상담을 받고 있었습니다. 의사가 말했습니다. 갑상선에 작은 결절이 있다고 했습니다. 정밀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재호는 예약을 잡았습니다. 초음파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직 검사를 권유받았습니다.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갑상선암이었습니다. 수술을 권유받았습니다. 한재호는 수술을 했습니다. 퇴원 후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수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냐고 했습니다. 의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아마 괜찮았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2. 갑상선암의 역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갑상선암 발생률을 기록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2011년 한국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세계 1위였습니다. 원인은 암이 늘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검진이 늘어난 것이었습니다. 초음파 검진이 건강검진 패키지에 포함되면서 발견율이 높아졌습니다. 발견된 암의 대부분은 1cm 이하의 미세암이었습니다. 평생 증상 없이 사는 경우가 많은 종류였습니다. 2014년 의사들이 갑상선암 검진 중단을 권고했습니다. 이후 발생률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암이 줄어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검진이 줄면서 발견이 줄었습니다.
3. 과잉 진단의 구조
과잉 진단은 발견하지 않았다면 평생 증상이 없었을 질환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발견하면 치료를 권유합니다. 치료에는 부작용이 따릅니다. 수술, 방사선, 항암제. 필요하지 않은 치료로 환자가 해를 입습니다. 과잉 진단은 의도적 속임이 아닙니다. 의사도 발견된 것이 문제가 될지 아닐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놓쳤을 때의 결과가 두렵습니다. 의료 소송 부담도 있습니다. 확실히 하기 위해 치료를 선택합니다. 그 선택이 불필요한 치료를 만듭니다.
찾아낸 것이 모두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4. 불필요한 검사의 경제학
의료 과잉에는 경제적 구조가 있습니다. 검사를 많이 할수록 의료기관의 수익이 늘어납니다. 비급여 검사는 가격을 병원이 정합니다. 건강검진 패키지에 고가 검사가 포함됩니다. 환자는 비쌀수록 더 좋은 검사라고 생각합니다. 의사 입장에서도 검사를 권유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안전합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검사를 했다는 기록이 있으면 책임을 피할 수 있습니다. 방어적 의료입니다. 2023년 연구에서 국내 의료비 중 불필요하거나 과잉인 의료 행위의 비율이 약 20%로 추정됐습니다. 연간 20조 원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5. 한국의 OECD 최다 진료
한국의 외래 진료 횟수는 OECD 최상위입니다. 1인당 연간 14.7회입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의료 접근성이 좋다는 것인지 과잉 이용이 많다는 것인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입원 일수도 깁니다. 병상 수 대비 입원 일수가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병원에서 더 빨리 퇴원하고 지역 사회에서 관리하는 방향이 의학적으로 더 좋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 수익 구조상 입원이 유리합니다. 의료의 질보다 양이 수익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과잉이 발생합니다.
6. 항생제 과처방
의료 과잉의 또 다른 얼굴은 항생제 과처방입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입니다. 항생제가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나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가 요구하기도 합니다. 의사가 예방 목적으로 처방하기도 합니다. 2023년 한국의 인구 1천 명당 항생제 처방량은 OECD 평균의 1.8배였습니다. 항생제 내성균이 늘어납니다. 항생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효과가 없어집니다. 불필요한 처방이 미래의 치료를 어렵게 만듭니다.
덜 하는 것이 더 좋은 의료일 때
7. 적극적 감시의 개념
모든 발견이 즉각적 치료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적극적 감시는 치료 대신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입니다. 저위험 전립선암, 소형 갑상선암, 일부 유방암 초기 병변에 적용됩니다. 치료하지 않고 지켜봅니다. 진행하면 그때 치료합니다. 2023년 세브란스병원 연구에서 1cm 이하 갑상선 미세암을 수술 대신 감시한 그룹과 즉시 수술한 그룹의 10년 후 생존율이 차이가 없었습니다. 수술하지 않아도 됐을 환자가 있었습니다. 덜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있습니다.
8. 환자의 알 권리
의료 과잉을 막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환자입니다. 검사나 치료를 권유받았을 때 질문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검사가 꼭 필요한가. 검사를 하지 않으면 어떤 위험이 있나. 치료를 미루면 어떻게 되나. 다른 선택지는 없나. 이 질문들이 불필요한 의료를 줄입니다. 의사에게 물어보는 것을 불편해하는 문화가 과잉 의료를 허용합니다. 환자가 수동적일수록 의료 시스템의 과잉 경향이 강화됩니다. 질문하는 환자가 자신을 보호합니다.
의료에서 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한 때가 있다
9. 개인이 할 수 있는 것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을 때 바로 추가 검사나 치료로 이어지기 전에 확인할 것들이 있습니다. 발견된 것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것인지 의사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다른 의사의 의견인 세컨드 오피니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 대형병원에서는 세컨드 오피니언 클리닉을 운영합니다. 적극적 감시 옵션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료를 결정할 때는 치료의 이점과 부작용 위험을 함께 비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안이 치료 결정을 서두르게 하지 않도록 충분한 정보를 먼저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10. 아마 괜찮았을 수도
한재호는 수술 후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목에 흉터가 있습니다. 수술 전보다 피로감이 잦아졌습니다. 수술이 필요했는지 지금도 확신이 없습니다. 의사의 말이 귓가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 괜찮았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의료는 불확실성 속에서 결정을 내리는 과정입니다. 발견된 것이 항상 위험한 것이 아니고 치료가 항상 최선이 아닙니다. 덜 하는 것이 더 좋은 의료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과잉 의료가 줄어들 때 진짜 필요한 의료에 자원이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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