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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생명과학 | 제213화 바이오 데이터의 상품화 본문

1. 동의 버튼
2025년 1월, 서울 강서구에 사는 41세 직장인 윤성호는 스마트워치 앱을 업데이트했습니다. 약관 동의 화면이 떴습니다. 스크롤이 길었습니다. 끝까지 읽지 않았습니다. 동의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날부터 심박수, 수면 패턴, 활동량, 혈중 산소 포화도가 서버로 전송됐습니다. 윤성호는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몸이 생성하는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 누가 보는지. 무엇에 쓰이는지. 손목에 찬 기기가 하루 24시간 그를 측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편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 바이오 데이터의 정의와 범위
바이오 데이터는 인간의 생물학적 정보를 디지털로 기록한 것입니다. 심박수, 혈압, 체온, 수면 패턴, 운동량 같은 생체 신호가 있습니다. 유전자 정보, 혈액 검사 수치, 의료 영상, 진료 기록도 포함됩니다. 스마트워치, 혈당 측정기, 유전자 검사 키트, 전자의무기록이 이 데이터를 생성합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하루 생성되는 바이오 데이터는 엑사바이트 단위입니다. 개인의 몸이 끊임없이 데이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데이터의 가치는 개인이 아닌 기업에 귀속됩니다.
3.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
바이오 데이터는 왜 가치가 있습니까. 신약 개발에 필요합니다. 임상시험을 설계하려면 대규모 건강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보험 리스크 산정에 활용됩니다. 특정 질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면 보험료를 차등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맞춤 광고에도 쓰입니다. 수면이 부족한 사람에게 수면 보조제를 광고합니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사람에게 명상 앱을 권유합니다. 글로벌 바이오 데이터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2,500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개인의 몸에서 나온 정보가 거대한 산업의 원료가 됩니다.
내 몸의 데이터가 누군가의 수익이 된다
4. 유전자 검사 산업의 성장
소비자 직접 유전자 검사 시장이 급성장했습니다. 23andMe, AncestryDNA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국내에서도 마이지놈박스, 젠큐릭스 등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타액을 채취해 보내면 조상 분석, 질환 위험도, 약물 반응성을 알 수 있습니다. 비용은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입니다. 편리합니다. 그러나 유전자 정보는 가장 민감한 개인 정보입니다. 변하지 않습니다. 유출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가족 전체의 유전 정보를 암시합니다. 2023년 23andMe는 해킹으로 약 700만 명의 유전자 데이터가 유출됐다고 밝혔습니다. 비밀번호처럼 바꿀 수 없는 정보였습니다.
5. 동의의 허상
바이오 데이터 수집은 대부분 동의를 받습니다. 그러나 그 동의가 진정한 동의인지 의문입니다. 약관은 수십 페이지에 걸쳐 작은 글씨로 쓰입니다. 읽는 사람이 드뭅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선택지가 없는 동의입니다. 데이터가 제3자에게 판매될 수 있다는 내용이 약관 깊숙이 숨어 있습니다. 2024년 국내 조사에서 스마트 헬스케어 앱 약관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3.1%였습니다. 97%는 무엇에 동의했는지 모릅니다. 동의는 형식이고 실질은 데이터 제공입니다.
6. 보험과 데이터의 결합
바이오 데이터가 보험 산업과 결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모델이 등장합니다. 운동을 많이 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보험료 할인을 받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더 냅니다. 표면적으로는 공정해 보입니다. 그러나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에게는 차별입니다. 야근이 많아 운동을 못 하는 노동자, 식품 사막에 사는 저소득층, 만성 스트레스 환경에 있는 사람. 데이터가 구조적 불평등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환합니다.
데이터 주권의 문제

7. 국가 간 데이터 전쟁
바이오 데이터는 국가 안보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 나라 국민의 유전자 데이터를 외국 기업이 대규모로 보유하면 어떤 위험이 있습니까. 특정 집단을 표적으로 하는 생물무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2024년 미국 의회는 중국 기업의 미국인 유전자 데이터 수집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한국도 해외 기업의 국내 바이오 데이터 반출을 규제하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개인 정보를 넘어 국가 데이터 주권의 문제입니다.
8.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 현실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생명윤리법으로 바이오 데이터를 규제합니다. 유전 정보와 건강 정보는 민감 정보로 분류됩니다. 별도 동의 없이 수집·활용이 제한됩니다. 그러나 규제와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습니다. 앱 서비스의 데이터 수집 실태를 상시 감시하는 체계가 취약합니다. 위반 적발 시 제재 수준이 낮습니다. 2024년 국내 헬스케어 앱 100개를 조사한 결과 63개가 개인정보 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은 있지만 집행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동의하지 않은 것에 동의한 것처럼 처리되는 세계
9. 개인이 할 수 있는 것
바이오 데이터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관리는 가능합니다. 헬스케어 앱 설치 전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서 제3자 제공 항목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스마트워치나 건강 앱의 데이터 공유 설정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전자 검사 서비스 이용 시 데이터 보관 기간과 삭제 요청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헬스케어 앱은 삭제하고 위치 정보와 건강 데이터 접근 권한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앱별 개인정보 처리 실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 몸의 소유권
윤성호는 오늘도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습니다. 심박수가 측정됩니다. 수면이 기록됩니다. 걸음 수가 집계됩니다. 이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 그는 아직 모릅니다. 알더라도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기기를 차지 않으면 건강 관리를 포기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주거나 편의를 포기하거나. 이것이 지금 바이오 데이터 시대의 선택지입니다. 몸에서 나온 데이터의 소유권이 몸의 주인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 몸의 데이터를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음 시대의 기본권 논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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