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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담론·규제의 변화 | 3부 변화와 전환의 가능성 | 156화 규제혁신의 진짜 조건 본문

2024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회의실. 43세 중소기업 대표 한재민은 규제개혁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했습니다. 안건은 "드론 택배 규제 완화"였습니다. 한재민의 회사는 3년 전부터 드론 배송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상용화는 불가능했습니다. 항공법, 개인정보보호법, 소음규제법이 막았습니다. 공청회는 2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결론은 "재검토"였습니다. 한재민은 회의실을 나왔습니다. 세 번째 공청회였습니다.
규제 완화는 늘 말만 합니다. 정부는 발표합니다. "규제 혁신으로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규제는 줄지 않습니다. 2024년 기획재정부 자료에서 정부 규제 건수는 1만 4,832건이었습니다. 2020년 1만 2,103건에서 22% 증가했습니다. 규제 혁신을 외치는데 규제는 늘어납니다. 왜 규제 완화는 실패할까요?
첫 번째는 책임 회피 구조입니다. 규제를 푸는 공무원은 위험을 감수합니다.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집니다. 하지만 규제를 유지하면 안전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2022년 영국 옥스퍼드대 규제 연구팀은 공무원의 규제 결정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규제 완화 결정 후 사고 발생 시 징계율은 68%였습니다. 규제 유지 후 경제적 손실 발생 시 징계율은 3%였습니다. 공무원은 합리적으로 선택합니다. 규제를 유지합니다.
한국도 같습니다. 2023년 행정안전부 내부 조사에서 과장급 이상 공무원 72%가 "규제 완화보다 현행 유지가 안전하다"고 답했습니다. 한재민은 담당 공무원을 만났습니다. "드론 택배, 안전한데 왜 안 되나요?" 공무원은 대답했습니다. "만약 떨어지면 누가 책임집니까?" 한재민은 말했습니다. "보험 들면 되잖아요." 공무원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사고 나면 제가 책임집니다." 규제 완화는 개인 위험입니다.
두 번째는 이익집단 저항입니다. 규제는 기득권을 보호합니다. 기존 사업자는 규제를 원합니다. 신규 진입을 막으니까요.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의 87%가 "현행 규제 유지"를 선호했습니다. 규제가 진입장벽이 됩니다. 택시업계는 타다를 막았습니다. 은행은 핀테크를 막았습니다. 병원은 원격진료를 막았습니다. 규제 완화는 기득권 손실입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 캘리포니아주는 우버와 리프트 운전자를 정규직으로 분류하는 법안(AB5)을 통과시켰습니다. 기존 택시업계가 로비했습니다. 우버는 2억 달러를 들여 주민투표로 법안을 뒤집었습니다. 규제 완화는 전쟁입니다. 한재민도 압니다. 택배업계가 드론 택배를 반대한다는 걸. 일자리가 줄어드니까요. 규제 완화는 누군가의 손실입니다.
세 번째는 법 체계의 경직성입니다. 한국 규제는 포지티브 방식입니다. 허용된 것만 할 수 있습니다. 법에 없으면 불법입니다. 네거티브 방식은 반대입니다. 금지된 것만 못 합니다. 법에 없으면 합법입니다. 2024년 OECD 규제 개혁 보고서에서 한국은 포지티브 규제 비율이 73%였습니다. OECD 평균 42%보다 높았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법에 없으면 막힙니다.
한재민의 드론 택배도 그렇습니다. 항공법에는 "승객 또는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기"만 정의되어 있습니다. 드론은 항공기인가요? 법에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해석합니다. "드론은 항공기가 아니므로 화물 운송 불가." 한재민은 항의했습니다. "그럼 법을 고치면 되잖아요." 공무원은 대답했습니다. "국회에서 해야죠. 저희는 법 집행만 합니다." 법 개정은 2~3년 걸립니다. 기술은 이미 낡습니다.
규제 완화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첫째, 공무원 면책 조항입니다. 규제를 완화한 공무원이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책임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2021년 싱가포르는 "규제 샌드박스 면책법"을 도입했습니다. 승인된 실험에서 발생한 사고는 담당 공무원 책임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규제 완화 승인 건수가 3배 증가했습니다. 책임이 사라지자 결정이 빨라졌습니다.
둘째, 네거티브 규제 전환입니다. 법에 없으면 합법으로 바꿔야 합니다. 2019년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서비스 분야를 전면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했습니다. 핀테크, AI,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24년 에스토니아 GDP 대비 스타트업 비중은 12%였습니다. EU 평균 4%의 3배입니다.
셋째, 이해관계자 조정 메커니즘입니다. 규제 완화로 손해 보는 집단에게 보상해야 합니다. 2020년 독일은 석탄 발전소 폐쇄 시 지역 노동자에게 전환 교육과 재취업 지원금을 제공했습니다. 저항이 줄었습니다. 한국도 필요합니다. 드론 택배가 도입되면 택배 기사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대안을 줘야 합니다. 재교육, 전직 지원, 소득 보전. 보상 없이는 반대만 커집니다.
한재민은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직원들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됐어요?" 한재민은 대답했습니다. "또 재검토래." 직원들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한재민은 생각했습니다. 규제 혁신은 구호가 아닙니다. 시스템입니다. 책임 구조를 바꾸고, 법 체계를 바꾸고, 보상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냥 "완화하겠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입니다.
규제 혁신은 의지가 아닙니다.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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