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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담론·규제의 변화 | 2부 권력과 일상의 접점 | 153화 지방은 왜 중앙을 못 이기나 본문

2023년 11월, 전남 목포시청 한 회의실. 46세 기획담당 과장 김현수는 중앙정부 공문을 읽었습니다. "지역균형발전 특별교부금 신청 안내". 신청 기한은 2주였습니다. 제출 서류는 37종이었습니다. 예산 규모는 50억 원인데 준비 기간은 턱없이 짧았습니다. 결국 서울 컨설팅 업체에 맡겼습니다. 수수료 3억 원. 지방은 중앙의 룰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집권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가 30년 됐지만 권한은 여전히 중앙에 있습니다. 예산도, 인사도, 정책도 서울에서 결정됩니다. 지방은 집행만 합니다.
지방이 중앙을 못 이기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재정 종속입니다. 지방세 비중이 30%입니다. 나머지 70%는 중앙 교부금입니다. 돈줄을 쥔 쪽이 권력을 갖습니다. 지방은 중앙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인사 예속입니다. 지방공무원 승진은 중앙 파견 경력이 중요합니다. 중앙부처 2년 근무하면 승진 가산점을 받습니다. 지방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서울 가는 게 유리합니다.
세 번째는 정책 획일화입니다. 중앙이 만든 정책을 지방이 따릅니다. 제주나 강원이나 똑같은 매뉴얼을 씁니다. 지역 특성은 무시됩니다. 지방의 창의성은 죽습니다.
2020년 재난지원금이 대표적입니다. 중앙정부가 전국 동일 기준으로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지역마다 상황이 달랐습니다. 관광도시는 피해가 컸고 제조업 도시는 덜했습니다. 획일적 지원은 비효율을 낳았습니다.

2022년 규제자유특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방이 규제 완화를 신청하면 중앙이 심사합니다. 승인율은 30%였습니다. 지방이 창의적 정책을 내도 중앙이 막습니다.
중앙집권의 결과는 명확합니다. 첫째, 지역 소멸입니다. 젊은이들이 서울로 갑니다. 일자리도, 교육도, 문화도 서울에 있습니다. 지방은 노인만 남습니다.
둘째, 책임 회피입니다. 지방정부는 "중앙 탓"을 합니다. 권한이 없으니 책임도 없다고 합니다. 중앙은 "지방이 못해서"라고 합니다. 책임 공백이 생깁니다.
셋째, 획일화입니다. 전국이 비슷해집니다. 어디 가도 같은 프랜차이즈, 같은 건물, 같은 정책. 지역 특색이 사라집니다.
해외는 다릅니다. 독일은 연방제입니다. 주정부가 강합니다. 교육, 치안, 문화는 주가 결정합니다. 중앙은 외교와 국방만 합니다. 각 주가 경쟁하며 혁신합니다.
스페인은 자치주가 세금을 거둡니다. 바스크 지역은 자체 세원으로 운영합니다. 중앙 눈치 안 보고 독자 정책을 펼칩니다.
한국은 거꾸로 갑니다. 지방자치 30년인데 중앙집권은 더 강해졌습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만들었지만 배분은 중앙이 합니다. 지방분권 외치지만 실제로 권한 이양은 안 됩니다.
2024년 지금, 지방은 더 약해졌습니다. 인구는 줄고 재정은 악화됩니다. 중앙 의존도는 높아집니다. 악순환입니다.
김현수는 서류를 정리했습니다. 50억 받으려고 3억 쓰고 2주 밤샘 작업했습니다. 이게 지방자치일까요? 그는 압니다. 진짜 권한은 서울에 있다는 걸. 지방은 집행 기계일 뿐입니다.
지방자치는 이름뿐입니다. 실제는 중앙집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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