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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담론·규제의 변화 | 2부 권력과 일상의 접점 | 152화 분노는 왜 가장 강력한 정치자원인가 본문

2024년 1월, 서울 영등포구 한 오피스텔. 31세 직장인 최윤서는 유튜브를 보며 주먹을 쥐었습니다. 국회의원 특권 폭로 영상이었습니다. "저들은 연금 받고 우리는 국민연금 파산". 댓글이 달렸습니다. "화난다", "분노한다", "용서 못 한다". 윤서도 댓글을 달았습니다. "다음 선거 때 심판하자". 조회수 200만. 분노가 클릭을 만들고, 클릭이 정치를 움직입니다.
분노는 가장 강력한 정치자원입니다. 희망보다 강하고, 이성보다 빠릅니다. 분노한 유권자는 투표소에 갑니다. 분노는 동원력이고, 분노는 표입니다.
정치가 분노를 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효과가 즉각적이기 때문입니다. 정책은 3년 걸려 효과가 나오지만 분노는 3분 만에 확산됩니다. SNS 한 줄이면 됩니다.
분노 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적 만들기입니다. 분노에는 대상이 필요합니다. 기득권, 586, 페미니스트, 토착왜구. 누군가를 적으로 지목하면 분노가 모입니다.
두 번째는 피해 강조입니다. "우리는 피해자다"라고 말합니다. 청년은 기성세대 때문에 피해보고, 남성은 여성 때문에 피해보고, 서민은 부자 때문에 피해봅니다. 피해의식이 분노를 키웁니다.
세 번째는 단순화입니다. 복잡한 문제를 한 문장으로 만듭니다. "저들 때문이다". 구조는 사라지고 책임자만 남습니다. 분노는 단순함을 좋아합니다.

2016년 트럼프가 증명했습니다. "이민자가 일자리를 뺏었다". 실제론 산업구조 변화였지만 분노는 이민자로 향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조국 사태 때 20대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광화문에 수만 명이 모였습니다. 분노가 정치 지형을 바꿨습니다.
2022년 대선도 분노 경쟁이었습니다. 양쪽이 서로 "기득권"을 공격했습니다. 정책 대결이 아니라 분노 대결이었습니다.
분노는 동원력이 강합니다. 희망을 품은 사람은 집에 있지만 분노한 사람은 거리로 나옵니다. 2016년 촛불도 분노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분노 정치의 문제는 명확합니다. 첫째,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분노는 빨리 타오르지만 빨리 꺼집니다. 선거 때는 뜨겁지만 평시엔 식습니다.
둘째, 양극화를 키웁니다. 분노는 적을 필요로 합니다. 적이 생기면 편이 갈립니다. 대화는 불가능해지고 대결만 남습니다.
셋째, 정책을 막습니다. 분노에 휩싸이면 이성적 판단이 안 됩니다. 좋은 정책도 적이 내면 반대합니다. 감정이 정책을 이깁니다.
미디어는 분노를 증폭시킵니다. 분노 콘텐츠가 조회수를 만듭니다. 알고리즘이 분노를 추천합니다. 분노가 돈이 됩니다.
정치인도 분노를 씁니다. 국회 질의는 분노 퍼포먼스가 됩니다. 클리핑 영상이 SNS에 퍼지고 조회수가 영향력이 됩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분노 마케팅이 한창입니다. "민생 파탄", "경제 위기". 양쪽 모두 분노를 팝니다.
역설은 이겁니다. 분노로 당선되지만 분노로 통치는 못 합니다. 선거는 이기는데 일은 못합니다. 분노는 파괴는 하지만 건설은 못합니다.
최윤서는 영상을 껐습니다. 여전히 화가 납니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는 모릅니다. 분노만 있고 대안은 없습니다. 그녀는 압니다. 이 분노가 다음 선거 때까지 갈지도 모른다는 걸.
분노는 정치를 움직입니다. 하지만 사회를 앞으로 못 나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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