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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98화 클릭은 행동인가 — SNS 액티비즘의 가능성과 한계 본문

2014년 4월 16일 이후, 노란 리본이 퍼지기 시작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다음 날부터였습니다. 노란 리본 이미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노란 리본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며칠 사이에 수백만 명이 동참했습니다. 집회에 나가지 않아도, 서명지를 들고 거리에 서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노란 리본은 추모와 연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바꾼 것이 무엇을 바꾸었는가. 온라인의 물결이 현실의 변화로 이어졌는가. 클릭과 행동 사이에는 얼마나 먼 거리가 있는가.
SNS 액티비즘은 어떻게 등장했나 — 소셜미디어와 사회운동의 결합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2010년대 초반부터 소셜미디어는 사회운동의 새로운 무대가 되었습니다.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조직되었고,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도 소셜미디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촛불 집회가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첫 대규모 사례로 꼽혔습니다. 이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지지 운동, 세월호 추모 운동,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추모,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가 소셜미디어와 결합해 이루어졌습니다. 조직 없이도 운동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습니다.
해시태그 운동은 무엇을 했나
해시태그는 소셜미디어에서 특정 주제를 묶어주는 도구였습니다. 그것이 운동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미투 운동의 해시태그 MeToo는 전 세계에서 수천만 건 게시되었습니다. 스쿨미투라는 해시태그는 학교 내 교사에 의한 성폭력 피해 고발로 이어졌습니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여성 혐오 범죄에 반대하는 해시태그가 퍼지면서 여성 안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했습니다. 세월호 7주기에는 기억과 추모를 담은 해시태그가 하루 만에 수십만 건 달렸습니다. 해시태그는 분산된 목소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모으는 기능을 했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혼자 침묵하던 사람들이 해시태그 하나로 연결되었다. 그것이 전부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온라인 서명은 얼마나 유효했나
온라인 서명 플랫폼 체인지닷오알지 한국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청원과 서명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수십만, 수백만 서명이 모이는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2017년 출범 직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부가 공식 답변을 내놓는 구조였습니다. 어린이집 폭행 교사 처벌 강화, 음주운전 처벌 강화, 성범죄 양형 기준 상향을 요구하는 청원들이 수백만 서명을 모았고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클릭이 입법에 영향을 미친 사례들이 축적되면서 온라인 서명의 정치적 무게감이 달라졌습니다.
클릭티비즘이라는 비판은 무엇인가
성과가 있었지만 비판도 함께 자랐습니다. 클릭티비즘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클릭과 액티비즘을 합친 표현으로, 소셜미디어에서의 손쉬운 참여가 실질적인 행동을 대체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개념이었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바꾸거나 해시태그를 달고 나면 뭔가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실제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슈가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소셜미디어의 속성도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타임라인을 채우던 이슈가 다음 이슈에 밀려 사라지고, 현실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알고리즘은 운동을 어떻게 바꾸었나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연결되는 방향으로 작동했습니다. 자신이 동의하는 내용을 더 많이 보고, 동의하지 않는 내용은 덜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에코챔버, 반향실 효과였습니다. 운동의 열기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증폭되었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닿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설득이 아니라 결집이 이루어졌습니다. 사회 전체의 인식을 바꾸는 운동이 아니라 이미 공감하는 사람들의 확인 운동이 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온라인에서의 압도적 다수가 오프라인에서는 소수일 수 있다는 역설도 나타났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어떻게 연결되었나
가장 효과적인 사례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 움직인 경우였습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는 소셜미디어에서 정보가 공유되고 참여가 조직되었지만, 실제 광화문 광장에 수백만 명이 나오는 것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온라인의 분노가 오프라인의 몸으로 이어졌을 때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세월호 추모 역시 소셜미디어의 노란 리본이 팽목항 앞 물리적 공간의 연대와 만날 때 가장 강력했습니다. 온라인 액티비즘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을 운동으로 끌어들이는 기능을 했습니다. 그 힘이 실제 세계로 나오게 하는 다음 단계가 있을 때 의미가 살아났습니다.
SNS 액티비즘은 지금 어디에 있나
2020년대 들어 소셜미디어 환경이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졌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카드뉴스 형식 공유, 유튜브 영상을 통한 이슈 확산, 틱톡의 짧은 영상 형식이 운동의 새로운 언어가 되었습니다. 팔로워 수십만 명을 가진 인플루언서 한 명이 이슈를 퍼뜨리는 속도는 전통적인 시민단체의 몇 배였습니다. 그러나 인플루언서의 참여가 진정성 있는 연대인지 이미지 관리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운동이 소비되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빠르게 닿을 수 있게 되었지만, 더 빠르게 잊히기도 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운동의 도구이지 운동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질문은 남는다
온라인 참여는 오프라인 행동을 대체하는가, 촉진하는가. 수백만 건의 해시태그가 실제 권력 구조를 바꿀 수 있는가. 알고리즘이 만드는 에코챔버 안에서 사회적 합의는 가능한가. 이슈를 소비하는 속도와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 사이의 간격은 왜 좁혀지지 않는가. 클릭 한 번으로 연결된 연대는 진짜 연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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