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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100화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 미완의 과제들 본문

마지막 화를 쓰는 이유
100화라는 숫자는 완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1화부터 99화까지 기록한 사건들 가운데 완전히 해결된 것은 드뭅니다.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덮인 사건들이 있습니다. 책임자가 처벌받지 않은 사건들이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아직 보상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같은 구조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영역들이 있습니다. 100화는 끝이 아닙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들의 목록입니다. 그 목록을 직시하는 것이 기록의 마지막 역할입니다.
안전은 아직 권리가 되지 못했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지 30년이 가까워졌습니다. 그 사이 안전 관련 법과 제도는 수십 차례 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10월 이태원 골목에서 159명이 압사했습니다. 사고 이후 밝혀진 것들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담당 기관들 사이의 책임 공백, 현장 대응의 혼선, 사전 경고 무시, 사후 책임 회피가 반복되었습니다. 안전을 관리하는 조직은 커졌지만 안전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문화는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제도의 외형과 현장의 실제 사이의 간격이 사람의 목숨으로 메워지는 일이 계속되었습니다.
노동자의 죽음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1970년 전태일이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을 외치며 스스로 불을 붙였습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넘었습니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최상위권에 머물렀습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스물네 살 김용균이 혼자 야간 작업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습니다. 그 죽음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이끌었습니다. 2022년 법이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 현장과 제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계속 죽었습니다. 법이 생겼다고 죽음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처벌 기준을 둘러싼 논란, 적용 범위의 한계, 원청 책임 회피 구조가 여전히 논쟁 중이었습니다.
법이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사람이 죽는 속도가 빠른 현실이 계속되었다.
불평등은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가
외환위기 이후 자리를 잡은 비정규직 구조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시장의 핵심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등장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청년 세대의 고용 불안과 주거 불안은 오히려 심화되었습니다. 자산 시장의 폭등이 노동 소득과 자산 소득 사이의 격차를 더욱 키웠습니다. 부모의 자산이 자녀의 출발선을 결정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좁아졌습니다. 노력하면 된다는 말이 설득력을 잃어가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다른 언어를 찾았습니다. 이생망, 수저계급론, 부의 대물림이라는 표현들이 그 언어였습니다.

진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들이 있다
형제복지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지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가 왜 그렇게 빠르게 가라앉았는지, 구조가 왜 그토록 늦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사 진상 규명 위원회들이 조직되었다가 해산되고, 다시 구성되는 과정이 반복되었습니다.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과 그것을 막으려는 힘이 수십 년째 맞서고 있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 앞에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시간은 멈춰 있었습니다.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 남겨졌습니다.
민주주의는 완성되었는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절차적으로 정착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절차의 민주주의가 실질의 민주주의를 보장하지는 않았습니다.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드루킹 여론 공작, 언론 장악 시도, 검찰과 사법부를 둘러싼 권력 갈등이 반복되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6시간 만에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했고, 계엄은 철회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제도가 위기의 순간에 작동했습니다. 동시에 그 제도가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민주주의는 한 번 쟁취하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켜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억은 왜 싸움이 되는가
100개의 사건·사고를 기록하면서 반복적으로 마주친 장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이 기억을 요구하고, 누군가는 그 기억을 지우려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5.18 기념관 앞에서 폄훼 시위가 열렸습니다. 세월호 추모 공간이 철거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과거사 재조사가 정권에 따라 추진되거나 중단되었습니다. 기억은 중립적이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기억이 공식 역사가 되는가는 언제나 권력의 문제였습니다. 피해자의 기억이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싸움이 필요했습니다. 그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곳들이 있었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무엇이 남겨지는가
이 시리즈를 읽는 사람 중 일부는 기록된 사건들을 직접 경험했을 것입니다. 일부는 부모에게 들었을 것입니다. 일부는 처음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역사는 경험한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도 남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록되어야 하고, 기록이 전달되어야 하며, 전달받은 사람이 자신의 언어로 다시 이해해야 합니다. 100개의 사건은 100개의 교훈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대신 100개의 질문을 남겼습니다. 그 질문들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될 때, 그들이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이 기록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질문은 남는다
안전이 당연한 사회는 언제 오는가. 노동자의 죽음이 멈추는 날은 오는가. 불평등은 줄어드는가, 형태를 바꾸며 지속되는가. 밝혀지지 않은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가. 민주주의는 지켜낼 수 있는가. 기억은 역사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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