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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담론·규제의 변화 | 2부 권력과 일상의 접점 | 148화 디지털 정책의 불일치 본문

2024년 3월, 서울 판교 한 AI 스타트업 사무실. 33세 대표 박현우는 과기정통부 담당자와 통화 중이었습니다. "AI 데이터 수집 규제가 언제 확정되나요?" 담당자가 답했습니다. "아직 검토 중입니다." 박현우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2년째 같은 대답입니다. 그 사이 미국 경쟁사는 3번 업데이트했습니다. 규제가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닙니다. 규제가 불명확해서 못 합니다.
디지털 정책은 현실을 못 따라갑니다. AI는 6개월마다 진화하는데 법은 3년째 제자리입니다. 플랫폼은 국경을 넘는데 규제는 국내만 봅니다. 정책과 기술 사이 간극이 커집니다.
2018년 EU가 GDPR을 시행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였습니다. 좋은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컸습니다. 유럽 스타트업들이 규제 비용을 감당 못했습니다. 미국 빅테크만 살아남았습니다. 규제가 오히려 독점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AI 규제도 비슷합니다. 정부는 2023년부터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논의합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일 뿐 법은 아닙니다. 기업은 헷갈립니다. 지켜야 하나, 권고일 뿐인가. 불명확함이 혁신을 막습니다.

디지털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속도 차이입니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빠른데 정책은 선형적으로 느립니다. 법안 하나 통과에 2년 걸립니다. 그 사이 기술은 4세대가 바뀝니다.
두 번째는 이해 부족입니다. 정책 입안자가 기술을 모릅니다. 국회의원 평균 나이 56세입니다. ChatGPT를 써본 의원이 몇이나 될까요? 모르는 걸 규제합니다. 엉뚱한 규제가 나옵니다.
세 번째는 관할 분쟁입니다. AI는 과기부 소관인가, 산업부 소관인가. 플랫폼 규제는 공정위인가, 방통위인가. 부처 간 싸움에 정책이 표류합니다.
2021년 플랫폼 규제법이 대표적입니다. 배달앱 수수료를 제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통과 못했습니다. 공정위와 중기부가 주도권 다툼을 했습니다. 2년간 법안이 계류됐고, 그 사이 배달비는 두 배 올랐습니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부터 실증 테스트를 합니다. 하지만 상용화 기준은 없습니다.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인지도 불명확합니다. 기업들은 기다립니다. 정책이 나올 때까지.
역설은 이겁니다. 규제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규제가 애매해서 문제입니다. 명확한 금지선이 있으면 피해갑니다. 하지만 회색지대만 넓으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미국은 다른 전략을 택했습니다. 일단 하게 놔두고 문제 생기면 규제합니다. 실리콘밸리가 성장한 이유입니다. 중국도 비슷했습니다. 2010년대 플랫폼을 키웠습니다. 규제는 나중 일이었습니다.
한국은 중간입니다. 규제하려는데 제대로 못합니다. 놔두려는데 완전히 못 놔둡니다. 어정쩡함이 최악입니다. 혁신도 못하고 보호도 못합니다.
2024년 지금, 생성형 AI 규제를 논의 중입니다. 가짜뉴스 방지, 저작권 보호, 윤리 기준. 모두 필요합니다. 하지만 언제 나올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그 사이 외국 기업이 시장을 먹습니다.
박현우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규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싱가포르 법인 설립을 검토합니다. 한국에서 못하면 밖에서 합니다. 디지털 정책의 불일치가 기업을 내보냅니다.
정책은 기술을 쫓아가지 못합니다. 그 사이 기회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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