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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담론·규제의 변화 | 1부 정치와 담론의 구조 | 146화 공정 담론의 피로감 본문

2024년 1월, 서울 성북구 한 대학 강의실. 23세 대학생 정민우는 토론 수업에서 침묵했습니다. 주제는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였습니다. 교수는 답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민우는 생각했습니다. "공정? 또?" 3년간 똑같은 주제를 들었습니다. 이제 지쳤습니다.
공정 담론은 한국 사회를 지배합니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모든 논쟁이 공정으로 귀결됩니다. 입시, 채용, 병역, 부동산, 복지. 공정이 판단 기준이 됐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공정 담론이 실질 변화를 막고 있습니다.
공정 담론의 문제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기준의 부재입니다. 누구에게나 자기 입장이 공정입니다. 능력주의자는 경쟁이 공정하고, 평등주의자는 재분배가 공정합니다. 기준 없는 공정 논쟁은 끝이 없습니다.
두 번째는 소모성입니다. 공정 논쟁은 에너지를 빨아들입니다. SNS에서 매일 공정 논쟁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습니다. 논쟁만 반복되고 피로만 쌓입니다.
세 번째는 구조 은폐입니다. 공정을 외칠수록 정작 구조는 안 보입니다.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면 경쟁 자체는 의심 안 됩니다. 왜 경쟁해야 하는지, 누가 규칙을 만들었는지 묻지 않습니다.
2019년 조국 사태가 전환점이었습니다. 자녀 입시 특혜 논란이 터졌습니다. 20대가 거리로 나왔습니다. "공정하지 않다"고 외쳤습니다. 이후 공정은 정치의 핵심 키워드가 됐습니다.
2021년 LH 사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기업 직원 부동산 투기에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하지만 직원 몇 명 처벌로 끝났습니다. 부동산 구조는 그대로입니다.

정치권은 공정 카드를 적극 활용합니다. 2022년 대선 때 양쪽 모두 공정을 외쳤습니다. 하지만 구체적 정책은 없었습니다.
공정 담론이 실질 변화를 막는 방식은 명확합니다. 첫째, 구조 문제가 개인 도덕 문제로 환원됩니다. "불공정한 사람"을 비난하지만 시스템은 유지됩니다.
둘째, 세대 내 갈등으로 전환됩니다. 같은 20대끼리 싸웁니다. 공정 논쟁이 연대를 깹니다.
셋째, 실질 정책이 밀립니다. 공정 논쟁에 시간을 쓰는 동안 최저임금, 주거, 복지는 뒤로 밀립니다.
미국도 1990년대 "정치적 올바름" 논쟁을 겪었습니다. 표현의 공정성을 놓고 싸우는 동안 실제 불평등은 심화됐습니다.
2024년 지금, 공정 담론은 피로 상태입니다. 젊은 세대는 지쳤습니다. 공정을 외쳐도 삶은 안 나아집니다. 공정 담론이 현실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여전히 공정을 말합니다. 공정 담론은 이제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회피 도구입니다.
정민우는 강의실을 나왔습니다. 공정에 대해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가 원하는 건 공정한 경쟁이 아닙니다. 살 만한 조건입니다. 공정 담론은 그걸 주지 못합니다.
공정을 외칠수록 불공정은 유지됩니다. 담론이 변화를 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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