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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49화 위험의 외주화 구조 본문

2023년 1월 한 대기업 본사 회의실에서는
2023년 1월 서울 강남구 한 대기업 본사 회의실. 경영진이 사업 계획을 논의했다. 안전 담당 임원이 보고했다. 작년 산재 사망 사고가 없었다고 했다. 무재해 목표를 달성했다고 했다.
실제로는 그해 협력업체에서 3명이 죽었다. 공장 밀폐 공간에서 1명, 물류 창고에서 1명, 설비 점검 중 1명이었다.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원청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다. 다른 회사 소속이었기 때문이었다.
원청 정규직은 관리와 감독을 담당했다. 위험한 현장 작업은 협력업체에 맡겼다. 무재해는 원청 기준이었다. 하청 노동자 사망은 원청 실적에 포함되지 않았다.
위험은 어떻게 외주화됐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섰다. 정규직을 줄였다. 핵심 업무만 직접 고용으로 남겼다. 나머지는 외주화했다. 비용 절감이 목적이었다.
제조업에서 생산직이 외주화됐다. 원청은 기획과 설계를 담당했다. 조립, 용접, 도장은 협력업체가 했다. 건설업에서는 시공이 다단계로 쪼개졌다. 원청은 수주와 관리만 했다. 실제 공사는 2차, 3차, 4차 하청이 했다.
위험한 작업일수록 외주 비율이 높았다. 화학 공장 설비 점검, 조선소 고소 작업, 발전소 석탄 이송, 건설 현장 철근 작업이 하청 몫이었다. 원청 정규직은 사무실과 관제실에 있었다.
다단계 하청은 무엇을 만들었나
2022년 6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대산업개발이 시행사였다. 시공은 하도급 업체 A사에 맡겼다. A사는 철근 작업을 B사에 재하도급했다. B사는 일용직을 C업체에서 공급받았다. 4단계 구조였다.
현대산업개발은 공사비를 책정했다. A사에 공사비를 지급했다. A사는 이윤을 남기고 B사에 넘겼다. B사도 이윤을 남기고 C업체에 넘겼다. 끝에 갈수록 예산이 줄었다. 인건비와 안전비가 깎였다.
B사 현장 소장은 공기를 맞춰야 했다. 예산이 부족했다. 안전 장비 구입을 미뤘다. 작업 인원을 줄였다.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단축했다. 건물이 무너졌다.
비용 절감 압박은 어떻게 전달됐나
2023년 3월 경기도 파주시 한 전자 부품 공장. 원청이 하청업체에 단가 인하를 요구했다. 전년 대비 15% 줄이라고 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청업체 대표가 회의를 소집했다.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작업 인원을 10명에서 8명으로 줄였다. 안전 교육 시간도 단축했다. 안전 장비 교체 주기를 늘렸다.
4월 야간 작업 중 기계 고장이 났다. 직원 1명이 수리를 시작했다. 전원을 차단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기계가 갑자기 작동했다. 손가락 두 개를 잃었다. 산재 신고는 하지 않았다. 회사가 치료비를 댔다.

법적 책임은 왜 원청에 미치지 않았나
2023년 7월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50대 하청 노동자가 밀폐 공간에서 질식해 숨졌다. 산소 농도 측정을 하지 않았다. 송풍 장비도 없었다. 2차 하청 소속이었다.
검찰이 수사했다. 현장 관리자를 기소했다. 2차 하청업체 대표도 기소했다. 현대중공업은 기소하지 않았다. 도급 계약 관계일 뿐이라는 판단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안전관리 규정을 갖추고 있었다. 정기 점검도 했다고 기록에 남았다. 하청업체에 안전 수칙을 전달했다. 법원은 원청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봤다. 책임을 묻지 않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어떻게 달랐나
2023년 9월 충남 당진화력발전소. 정규직 노동자는 중앙 관제실에서 모니터를 봤다. 설비 이상이 감지되면 협력업체에 연락했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사무실이었다. 안전했다.
협력업체 노동자는 현장으로 나갔다. 석탄 가루가 날리는 컨베이어벨트로 갔다. 뜨거운 보일러 옆을 지나갔다.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 점검했다. 위험했다.
정규직 월급은 500만 원이었다. 4대 보험이 완비됐다. 퇴직금과 상여금이 있었다. 협력업체 노동자 월급은 250만 원이었다. 6개월 계약직이었다. 재계약 여부는 원청 평가에 달렸다.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 투자는 왜 줄어들었나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제조업체 500곳에 물었다. 안전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냐고. 32%만 그렇다고 답했다. 68%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이겠다고 했다.
이유는 비용 부담이었다. 안전 장비 구입, 안전 인력 채용, 시설 개선에 돈이 들었다. 당장 매출에 기여하지 않았다. 주주들은 배당을 원했다. 경영진은 실적을 내야 했다. 안전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산재가 나면 과태료를 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었다. 안전 시설 구축에는 수십억 원이 들었다. 기업은 계산했다. 과태료가 쌌다. 산재를 감수하는 편이 경제적이었다.
현장 노동자들은 무엇을 원했나
2023년 11월 경기도 안산시 한 화학 공장. 하청 노동자들이 모여 이야기했다. 점심시간이었다. 한 명이 말했다. 어제 동료가 화학 물질에 노출됐다고. 보호 장구가 부실했다고.
다른 노동자가 답했다. 회사에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안전 문제를 제기한 동료가 재계약 탈락했다고. 조용히 일해야 한다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젊은 노동자가 물었다. 노조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나이 든 노동자가 고개를 저었다. 원청이 그 하청업체와 계약을 끊는다고. 회사가 문을 닫으면 다 같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침묵이 이어졌다.
2024년 봄 국회 청문회에서는
2024년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 산재 유족들이 증언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원청 책임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대기업 대표들이 답변했다.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협력업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모든 책임을 원청에 지우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도급 관계의 특성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책을 발표했다. 위험 작업 도급 금지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원청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은 없었다. 유족들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질문은 남는다
이익은 원청이 가져가고 위험은 하청에 떠넘기는 구조. 다단계 하청일수록 예산이 줄고 안전이 희생된다. 법은 있지만 원청 책임을 묻기 어렵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 불안 때문에 침묵한다.
누구를 위해 위험이 외주화되는가. 생명보다 비용 절감이 우선되는 구조는 정당한가. 법과 제도가 있어도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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