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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36화 전태일 열사 분신 (1970) - 노동자의 인간선언 본문

1970년 11월 13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
한 청년이 석유를 뒤집어씁니다. 22세. 재단사입니다. 손에 라이터를 듭니다.
불을 붙입니다. 자신에게.
불길이 온몸을 휩쌉니다. 청년이 외칩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사람들이 달려듭니다. 불을 끕니다. 청년은 쓰러집니다. 병원으로 옮겨집니다.
오후 10시. 숨을 거둡니다. 이름은 전태일입니다.
평화시장은 어떤 곳이었을까
1960년대 말 청계천 평화시장. 의류 제조 공장 밀집 지역입니다. 건물 2층, 3층에 작업장이 빼곡합니다.
다락방 같은 공간입니다. 천장 높이 1.5미터. 어른이 서면 머리가 닿습니다. 창문도 제대로 없습니다. 환기가 안 됩니다.
미싱 소리가 울립니다. 수백 대가 동시에 돌아갑니다. 면지가 날립니다. 먼지가 가득합니다. 형광등 불빛만 희미합니다.
사람들이 웅크리고 앉아 일합니다. 재단사, 미싱사, 시다. 대부분 10대입니다. 어린 여공들입니다.
노동 시간은 얼마나 길었을까
아침 8시 출근. 저녁 11시 퇴근. 하루 15시간입니다. 일요일도 일합니다. 월 2회만 쉽니다.
점심시간 30분. 저녁시간 없습니다. 일하면서 먹습니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깝습니다.
성수기에는 더 길어집니다. 새벽 2시, 3시까지. 밤샘 작업도 합니다. 납품 기한 맞추려고.
잠은 작업장 바닥에서 잡니다. 판자 깔고 눕습니다. 몇 시간 자고 다시 일어납니다. 미싱이 다시 돌아갑니다.
임금은 얼마를 받았을까
재단사 월급 1만 원. 미싱사 7천 원. 시다 3천 원. 당시 쌀 한 가마니 값이 3천 원입니다.
시다들은 대부분 13살, 14살입니다. 초등학교 갓 졸업한 아이들입니다. 가난한 집 딸들입니다. 돈 벌려 서울 왔습니다.
식대, 기숙사비 공제됩니다. 손에 쥐는 돈 얼마 안 됩니다. 고향 부모님께 부칩니다. 자기 쓸 돈은 거의 없습니다.
전태일은 누구였을까
1948년 대구 출생. 가난한 집안입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합니다. 서울로 올라옵니다. 구두닦이, 신문배달합니다.
1965년 평화시장 취직. 재단 보조로 시작합니다. 기술을 배웁니다. 재단사가 됩니다.
일하면서 봅니다. 어린 시다들. 먼지 마시며 일합니다. 기침합니다. 쓰러집니다. 병원도 못 갑니다.
전태일은 책을 읽습니다. 근로기준법을 구합니다. 읽어봅니다. 1일 8시간 노동. 주 1회 휴일. 최저 임금 보장. 법에 다 있습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습니다. 아무도 지키지 않습니다.

바보회는 무엇을 했을까
1969년 전태일이 모임을 만듭니다. 이름은 바보회. 평화시장 청년 노동자들입니다.
함께 공부합니다.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권리. 밤에 모여 책을 읽습니다.
개선 방법을 찾습니다. 작업 환경 개선.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요구안을 만듭니다.
사장들에게 요청합니다. 거부당합니다. 노동청에 진정합니다. 묵살됩니다. 신문사에 호소합니다. 무시당합니다.
1년 넘게 노력합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11월 13일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1970년 11월 13일 금요일. 평화시장 앞 평화시장 노동자 궐기대회. 바보회가 준비했습니다.
노동 조건 개선 요구. 근로기준법 준수 촉구. 피켓을 듭니다. 구호를 외칩니다.
경찰이 옵니다. 해산 명령입니다. 피켓을 빼앗습니다. 사람들을 밀어냅니다. 집회는 무산됩니다.
전태일이 섭니다. 준비해온 석유통을 엽니다. 몸에 끼얹습니다. 사람들이 놀랍니다. 말립니다.
전태일이 라이터를 켭니다. 불을 붙입니다. 자신에게.
불길 속에서 외친 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
동료들이 달려듭니다. 옷으로 불을 끕니다. 전태일을 눕힙니다. 온몸이 화상입니다.
택시를 잡습니다. 병원으로 갑니다. 동대문 근처 병원. 응급실로 옮깁니다.
전태일이 말합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 시다들을 부탁한다. 어린 동생들을 잘 보살펴달라.
오후 10시. 숨을 거둡니다. 22년의 삶이 끝납니다.
장례는 어떻게 치러졌을까
11월 14일. 전태일 영결식. 근로기준법화장식으로 치러집니다. 노동자들이 모입니다. 학생들도 옵니다.
관 위에 근로기준법 책을 올립니다. 이것이 전태일의 유언입니다. 관을 메고 청계천을 걷습니다. 시민들이 지켜봅니다.
경찰이 막습니다. 충돌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행렬은 계속됩니다. 묘지까지 갑니다. 땅에 묻습니다.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말합니다. 내가 아들의 뜻을 잇겠다. 노동운동에 헌신하겠다.
그 이후 무엇이 바뀌었을까
1970년대 노동운동이 시작됩니다. 전태일의 죽음이 불씨가 됩니다. 청계피복노조 결성됩니다. 이소선 여사가 지도합니다.
다른 산업에도 퍼집니다. 노동조합 만들어집니다. 근로조건 개선 요구합니다. 파업도 일어납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탄압합니다. 노조 간부 구속됩니다. 여전히 싸웁니다.
근로기준법 개정됩니다. 일부 조항 강화됩니다. 하지만 현장은 달랐습니다.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54년이 지난 지금
2024년 현재. 노동법은 많이 개선됐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산업재해 보상.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습니다. 비정규직 차별. 플랫폼 노동자 보호 부재. 위험의 외주화. 여전히 일하다 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매년 11월 13일. 전태일 추모제가 열립니다. 노동자들이 모입니다. 전태일 동상 앞에 섭니다. 헌화합니다.
전태일이 외쳤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54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외쳐야 하는 말입니다.
반복되는 질문
왜 22살 청년이 불을 켜야 했을까요. 왜 근로기준법은 지켜지지 않았을까요. 왜 아무도 듣지 않았을까요.
전태일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을까요. 정말 바뀐 것이 있을까요. 아직도 일하다 죽는 사람은 왜 있을까요.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는 외침. 언제쯤 필요 없어질까요.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언제쯤 당연해질까요.
질문은 남습니다. 전태일의 외침과 함께. 그래서 1970년 11월 13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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