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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14화] 국정농단과 촛불혁명 (2016) - 시민이 다시 쓴 역사 본문

2016년 10월 24일 저녁 8시, JTBC 뉴스룸.
앵커가 태블릿PC 한 대를 화면에 비춥니다.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면에 문서 제목이 나타납니다.
'대통령 연설문_최종_수정본.hwp'
'창조경제혁신센터_인사.xlsx'
'드레스덴 연설_최순실 수정.docx'
파일 생성 시각은 청와대 공식 발표 시각보다 빠릅니다.
수정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포털 사이트가 마비됩니다.
40년 관계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최태민.
박근혜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1974년, 그가 나타납니다.
"영부인의 영혼이 저를 통해 말합니다."
22살 박근혜는 그를 믿습니다.
최태민의 딸 최순실도 그 곁에 있습니다.
40년이 흐릅니다.
최태민은 세상을 떠나지만, 최순실은 남습니다.
청와대에 공식 직함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재단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2015년 말, 대기업 총수들에게 전화가 옵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입니다.
"문화융성과 체육진흥을 위한 재단 설립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금액이 제시됩니다.
삼성 204억 원, 현대차 112억 원, SK 109억 원.
거절은 없습니다.
"대통령의 뜻"이라는 말이 따라붙었기 때문입니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총 774억 원이 모입니다.
최순실이 실질적 운영자가 됩니다.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광고 대행사, 이벤트 업체, 컨설팅 회사.
최순실 측근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흘러갑니다.
정유라는 왜 특별했을까
2014년 3월, 이화여대 입시.
정유라의 학생부 기록.
결석 50일.
체육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합니다.
입학 후에도 출석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과제는 대신 제출됩니다.
교수가 항의하면 징계를 받습니다.
승마 선수 지원금.
삼성이 28억 원을 지원합니다.
말 한 필 가격이 30억 원이 넘습니다.
"돈도 실력이야. 니 부모를 원망해."
SNS에 올린 글이 공개됩니다.
블랙리스트에는 누가 있었을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실.
한 장의 명단이 돌아다닙니다.
영화감독 박찬욱, 배우 문성근, 소설가 한강.
이름 옆에 빨간 표시.
"지원 제외 대상"
9,473명의 예술가와 문화인.
정부 지원 사업에서 배제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월호 참사 정부 비판 서명.
야당 후원 이력.
진보 성향 작품 활동.
어떤 이는 전시가 취소됩니다.
어떤 이는 공연 지원금이 끊깁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세월호 7시간은 왜 비어 있었을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청와대 공식 일정.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기록이 없습니다.
비서실장도 모릅니다.
경호실장도 모릅니다.
누구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태블릿PC에서 단서가 나옵니다.
최순실이 그 시간 청와대에 있었다는 증거.
미용사 출입 기록도 발견됩니다.
질문은 단순합니다.
대통령은 그 시간 무엇을 했을까요.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촛불은 언제 광장을 채웠을까
10월 29일 토요일 오후 6시, 광화문.
첫 촛불집회.
3만 명이 모입니다.
11월 5일, 20만 명.
11월 12일, 100만 명.
11월 19일, 150만 명.
11월 26일, 190만 명.
12월 3일, 232만 명.
매주 숫자가 늘어납니다.
가족 단위로 옵니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 손을 잡고 옵니다.
촛불을 들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구호는 간단합니다.
"이게 나라냐"
"박근혜 퇴진"
평화는 어떻게 지켜졌을까
20차례 집회.
연인원 1,600만 명.
하지만 폭력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질서를 지킵니다.
쓰레기를 줍습니다.
경찰 버스 앞에서 멈춥니다.
차도로 나가지 않습니다.
집회 후 광장은 깨끗합니다.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습니다.
상점 문은 열려 있습니다.
"비폭력"은 전략이었습니다.
명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시민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세계 언론이 주목합니다.
"평화로운 혁명"
"성숙한 민주주의"

탄핵안은 어떻게 통과됐을까
12월 9일 금요일 오후 3시, 국회 본회의장.
탄핵소추안 표결.
재적 의원 300명.
투표 참여 299명.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
가결에 필요한 표는 200표.
34표 초과 통과입니다.
여당 새누리당 의원도 62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론은 자율 투표.
하지만 광장의 목소리를 거스를 수 없었습니다.
오후 3시 11분, 의장이 선포합니다.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본회의장 밖 광화문에서 환호가 터집니다.
헌재는 무엇을 판단했을까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이정미 재판관이 주문을 낭독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파면 이유 5가지.
국민주권주의 위배.
법치주의 위반.
공무원 임면권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
재판정에 박근혜는 없습니다.
변호인만 앉아 있습니다.
오전 11시 40분, 광화문에 다시 사람들이 모입니다.
이번에는 환호와 눈물이 섞입니다.
법정은 무엇을 밝혔을까
2017년 3월 31일 새벽, 서울구치소.
박근혜가 구속됩니다.
뇌물 수수,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 누설.
18개 혐의.
1심 2018년 4월,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
2심 2018년 8월, 징역 25년 벌금 200억 원.
대법원 2021년 1월, 징역 20년 벌금 180억 원 확정.
최순실도 징역 18년 확정.
삼성 이재용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롯데 신동빈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하지만 2021년 12월, 박근혜는 특별사면됩니다.
촛불은 무엇을 바꿨을까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29년.
시민이 다시 한번 권력을 바꿉니다.
하지만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이 섞여 있습니다.
대통령은 파면됐습니다.
재벌은 법정에 섰습니다.
하지만 일부는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일부는 사면됐습니다.
블랙리스트는 폐기됐습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상처는 남았습니다.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반복되는 질문
왜 대통령은 비선에 국정을 맡겼을까요.
왜 청와대는 막지 못했을까요.
왜 재벌들은 거절하지 못했을까요.
촛불은 무엇을 바꿨을까요.
권력은 정말 견제됐을까요.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요.
질문은 남습니다.
답은 여전히 찾는 중입니다.
그래서 2016년 겨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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