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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22화 대구 지하철 화재 (2003) - 192명을 앗아간 방화와 무능 본문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1079호 전동차 안.
한 남자가 우유병에 담긴 액체를 꺼냅니다.
라이터 불을 붙입니다.
순식간에 불길이 번집니다.
객차 하나가 불에 휩싸입니다.
9시 55분.
반대편 승강장에 1080호 전동차가 들어옵니다.
기관사는 상황을 확인하고 승객들을 내리게 합니다.
하지만 본사 지시가 옵니다.
"대기하라."
기관사는 전동차를 떠납니다.
승객 150여 명은 그대로 남습니다.
불길이 건너편 전동차로 번집니다.

방화는 왜 일어났을까
김대한, 56세.
2001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반신불수가 됩니다.
2년 동안 병원을 전전합니다.
치료비가 쌓입니다.
가족과 갈등이 심해집니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합니다.
2003년 2월 18일 아침.
그는 집을 나섭니다.
가방 안에 우유병 4개.
휘발유 4리터가 담겨 있습니다.
중앙로역에서 전동차를 탑니다.
자리에 앉아 우유병을 꺼냅니다.
라이터를 켭니다.
자신도 함께 불에 타 죽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불길이 번지자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살아남습니다.
1080호는 왜 떠나지 못했을까
9시 55분.
1080호 기관사 최정환이 무전으로 보고합니다.
"맞은편에 화재 발생. 어떻게 할까요?"
관제센터가 답합니다.
"상황 파악 후 대기."
최정환은 객실 문을 열어 승객을 내리게 합니다.
일부는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전동차 안에 남습니다.
"곧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9시 56분.
불길이 건너편으로 번집니다.
전기가 합선됩니다.
1080호 전동차 내부에 연기가 차오릅니다.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전기가 끊겨 자동문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수동으로 열 수 있는 장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습니다.
승객들은 갇힙니다.
대피는 왜 늦었을까
중앙로역에는 비상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승객 대부분은 위치를 몰랐습니다.
안내 표지는 연기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무원은 3명뿐이었습니다.
화재 대응 교육은 받지 못했습니다.
소화기 위치조차 정확히 몰랐습니다.
9시 58분.
관제센터가 전 역에 전원을 차단합니다.
조명이 꺼집니다.
환풍기도 멈춥니다.
지하역은 칠흑 같은 어둠에 빠집니다.
연기는 계속 쌓입니다.
소방대가 도착한 건 10시 3분.
신고 후 10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불은 왜 그렇게 빨리 번졌을까
1079호와 1080호 전동차.
객차 내장재는 FRP(강화플라스틱)였습니다.
불연재가 아니었습니다.
불이 붙자 유독가스가 발생합니다.
일산화탄소, 시안화수소.
질식사를 일으키는 가스입니다.
객차 하나가 전소되는 데 걸린 시간.
5분.
전동차 6량이 완전히 불탑니다.
역사 내부도 그을음으로 뒤덮입니다.
구조는 왜 늦었을까
소방대가 진입합니다.
하지만 역 구조를 모릅니다.
도면이 없습니다.
연기가 너무 짙어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도 소용없습니다.
10시 30분.
불길이 잡힙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1080호 전동차 안.
승객 대부분이 쓰러져 있습니다.
192명은 어떻게 죽었을까
최종 집계.
사망 192명.
부상 148명.
사망자 대부분은 1080호 전동차 안에 있었습니다.
화상보다 질식사가 많았습니다.
시신 일부는 신원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DNA 검사로 신원을 밝혔습니다.
유가족들은 역 앞에 모입니다.
"왜 문을 열지 않았습니까?"
"왜 전동차를 대기시켰습니까?"
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책임은 누가 졌을까
방화범 김대한은 구속됩니다.
1심에서 사형 선고.
항소심에서도 사형.
2004년 대법원 사형 확정.
하지만 집행되지 않습니다.
2004년 12월 사망.
뇌졸중 재발.
1080호 기관사 최정환도 기소됩니다.
업무상 과실치사.
1심 징역 5년.
항소심 징역 4년.
대법원 징역 3년 확정.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은 구속됩니다.
안전 관리 소홀.
집행유예.
그 이후 무엇이 바뀌었을까
전국 지하철 객차 내장재가 교체됩니다.
불연재로 바뀝니다.
비상문 여는 법 안내가 강화됩니다.
각 객차마다 표시가 붙습니다.
소방 훈련이 의무화됩니다.
역무원 배치 인원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비용 절감 압박.
인력 부족.
반복되는 안전 불감증.
10년 뒤 다시 불은 났다
2013년 9월, 서울 신길역 전동차 화재.
2014년 5월, 서울 상왕십리역 전동차 화재.
2016년 5월, 강남역 전동차 화재.
규모는 작았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불은 계속 납니다.
대구 참사의 교훈은 희미해집니다.
반복되는 질문
왜 1080호 기관사는 본사 지시를 따랐을까요.
왜 승객들은 문을 열 수 없었을까요.
왜 관제센터는 전원을 차단했을까요.
안전 매뉴얼은 정말 지켜지고 있을까요.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요.
질문은 남습니다.
192명의 이름과 함께.
그래서 2003년 2월 18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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