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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생명과학 | 제204화 제약산업의 이윤 구조와 신약 접근성 본문

🍀2026 대한민국/보건 의료 생활

보건·의료·생명과학 | 제204화 제약산업의 이윤 구조와 신약 접근성

raon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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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든 약국의 노인

 
1. 약값 고지서
2025년 4월, 서울 송파구에 사는 61세 박정애는 병원 처방전을 들고 약국 앞에 섰습니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였습니다. 약사가 금액을 말했습니다. 월 89만 원이었습니다. 건강보험 적용 후 본인부담금이었습니다. 적용 전 약값은 340만 원이었습니다. 보험이 없었다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보험이 있어도 89만 원이었습니다. 박정애는 물었습니다. 더 싼 약은 없냐고 했습니다. 약사는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이 약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으로 대화가 끝났습니다.
 
2. 신약의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
신약 가격은 개발 비용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로 결정됩니다. 제약회사는 특허를 보유한 기간 동안 독점 공급자입니다. 경쟁이 없습니다. 가격을 스스로 정합니다. 2024년 기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의 연간 치료 비용은 평균 15만 달러를 넘습니다. 한화로 2억 원에 가깝습니다. 이 금액을 개인이 부담하는 나라에서는 약이 있어도 쓸 수 없습니다. 건강보험이 협상해 급여 등재를 하더라도 본인부담금이 수십만 원에 달합니다. 약값이 치료의 문턱이 됩니다.
 
3. 연구개발비의 실체
제약회사들은 높은 약값의 이유로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듭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억 달러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숫자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은 공공 자금에서 출발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연간 450억 달러를 기초 연구에 투자합니다. 제약회사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특허를 취득합니다. 공공이 투자한 연구를 민간이 독점합니다. 2023년 미국 의회 보고서에서 최근 10년간 FDA 승인 신약의 100%가 공공자금이 지원된 연구에서 출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허가 끝나기 전까지 환자는 기다릴 수 없다
 
4. 제네릭과 특허의 전쟁
특허 기간이 끝나면 다른 제약사가 동일 성분의 복제약, 제네릭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격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제약회사는 이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씁니다. 특허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약의 형태나 용량을 미세하게 바꿔 재특허를 신청합니다. 에버그리닝이라고 부릅니다. 제네릭 제조사에 소송을 겁니다. 합의금을 주고 시장 출시를 늦춥니다. 역지불 합의라고 합니다. 이 전략들이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나라에서 환자는 더 오래 비싼 약을 먹습니다. 제약회사는 더 오래 이익을 냅니다.
 
5. 한국 제약시장의 구조
한국의 약값 결정 방식은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통한 협상입니다. 제약회사가 제시한 가격을 건강보험공단이 협상해 낮춥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면 급여 등재가 되지 않습니다. 환자는 전액 본인부담으로 약을 사거나 포기합니다. 2024년 기준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신청한 항암제 중 협상 결렬로 비급여로 남은 비율은 약 35%였습니다. 셋 중 하나는 보험이 안 됩니다. 그 약이 필요한 환자는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전 재산을 털거나 치료를 포기하거나.
 
6. 희귀질환과 고아약
시장이 작은 희귀질환 치료제는 제약회사가 개발을 기피합니다. 수익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아약이라고 부릅니다. 각국 정부는 고아약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세금 감면, 특허 연장, 독점 판매권을 부여합니다. 그런데 이 인센티브를 받은 고아약의 가격이 가장 높습니다. 독점이 보장되고 시장이 작으니 가격을 극단적으로 높게 책정합니다. 2023년 미국에서 승인된 척수성 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 가격은 1회 투여에 350만 달러였습니다. 약 46억 원이었습니다. 치료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치료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약이 있어도 못 쓰는 사람들


제약 비용 비교

 
7. 글로벌 불평등
신약 접근성은 국가 간 불평등이기도 합니다. 같은 약이 미국에서 연간 10만 달러, 인도에서 1천 달러에 팔립니다. 제약회사가 나라마다 다른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입니다. 고소득 국가 환자가 지불하는 높은 약값이 저소득 국가 공급을 보조하는 구조라고 제약회사는 설명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저소득 국가 공급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백신 배분에서 그것이 확인됐습니다. 고소득 국가가 물량을 선점했습니다. 저소득 국가는 뒤늦게 접종했습니다. 시장 논리가 공중보건을 결정했습니다.
 
8. 제약회사의 마케팅
제약회사 지출에서 연구개발비보다 마케팅 비용이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2022년 글로벌 상위 10개 제약사 평균 마케팅 비용은 연구개발비의 1.4배였습니다. 의사를 대상으로 한 학술 행사, 강연료, 견본약 제공. 이것들이 처방에 영향을 미칩니다. 의사가 특정 약을 더 많이 처방하게 됩니다. 환자는 이 과정을 알지 못합니다. 내가 처방받은 약이 의학적 판단만으로 선택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처방과 마케팅 사이의 경계는 생각보다 흐릿합니다.
 
약값은 개발 비용이 아니라 독점력이 결정한다
 
9. 개인이 알아야 할 것
제약산업의 구조를 이해하면 의료비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특허가 만료된 약은 제네릭으로 대체 가능한지 의사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동일 성분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의 20~30% 가격입니다. 건강보험 급여 등재 여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가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는 제약사의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국내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도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 약이 상품이 된 세계
박정애는 89만 원짜리 처방전을 받아 들었습니다. 약국 문을 나섰습니다. 이 약이 없으면 관절이 굳어갑니다. 있으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매달 89만 원을 내야 합니다. 연금 수령액의 절반이 넘습니다. 약이 있습니다. 그러나 약값이 삶을 압박합니다. 치료와 생활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신약은 인류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개발됩니다. 그러나 이윤 구조 안에서 그 약은 모두에게 닿지 않습니다. 약이 상품인 세계에서 건강은 구매력의 문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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