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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77화 취업문은 왜 그렇게 좁아졌나 — 청년 실업의 시대 본문

2010년대 초, 도서관은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다
새벽 두 시, 대학 도서관 열람실에는 여전히 자리가 가득 찼습니다. 책상 위에는 전공 교재 대신 토익 문제집과 자기소개서 초안이 놓여 있었습니다. 스물넷, 스물다섯의 얼굴들이 형광등 아래 지쳐 있었습니다. 졸업을 앞둔 4학년이었지만 취업 확정자는 드물었습니다. 주변에서 먼저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축하와 초조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문 자체가 좁았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어떻게 높아졌나 — 숫자로 본 취업난의 실체
2000년대 중반 이후 청년 실업률은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통계청 기준 청년 실업률은 2010년대 들어 9퍼센트 안팎을 오르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반복되었습니다. 취업 준비 중이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구직 활동을 병행하는 청년들은 실업자로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체감 실업률, 확장 실업률로 불리는 수치는 공식 실업률의 두 배를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통계가 보여주지 않는 자리에 더 많은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공시생은 왜 이렇게 많아졌나
2010년대 내내 공무원 시험 준비생 수는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한때 연간 2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배경은 단순했습니다. 민간 기업의 고용이 불안정해질수록 정규직이 보장되고 고용 안정성이 높은 공직에 대한 수요가 커졌습니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기록하는 직렬이 속출했습니다. 노량진 일대는 공시생들의 집결지가 되었습니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수년간 시험에만 매달리는 청년들이 늘었습니다. 합격률은 낮았고, 준비 기간은 길었으며, 그 시간 동안 경력은 쌓이지 않았습니다.
시험에 합격하면 안정이 보장되었다. 문제는 그 시험이 너무 좁다는 것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절벽
청년들이 일자리를 외면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특정 일자리를 원했고, 그 일자리의 수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었습니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는 수백만 원에 달했습니다. 복지와 고용 안정성의 격차는 더 컸습니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어느 기업에 다니느냐에 따라 10년 후 삶의 조건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구조였습니다. 중소기업 취업을 독려하는 정책이 반복적으로 나왔지만, 구조적 격차를 좁히지 않은 채 청년의 눈높이를 낮추라는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현장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접근이었습니다.
N수생은 언제부터 이렇게 늘었나
취업에서 실패를 거듭한 청년들은 재도전을 선택했습니다. 같은 공채 시험을 두 번, 세 번, 네 번 준비하는 N수생이라는 표현이 생겨났습니다. 졸업 후 2년, 3년이 지나도 취업이 되지 않은 청년들은 이력서의 공백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또 다시 서류를 냈습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신입 채용 기준에서 불리해지는 구조가 이들을 압박했습니다. 노력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불리함이 쌓이는 역설이 반복되었습니다.
니트족은 왜 생겨났나 — 구직 포기 청년의 등장
반복된 실패 끝에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나타났습니다. 학교도 직장도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는 니트(NEET)족이라는 개념이 국내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게으름의 결과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반복된 탈락과 자기 효능감의 붕괴, 구직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포기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한계에 도달한 상태를 의미했습니다.
취업 준비 비용은 누가 부담했나
취업 준비에는 돈이 들었습니다. 토익 응시료, 어학연수 비용, 자격증 학원비, 면접 정장 구입비, 지방 면접을 위한 교통비와 숙박비까지 더하면 수백만 원이 금방 쌓였습니다. 이 비용을 부모에게 의존할 수 있는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 사이의 격차는 출발선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취업 준비 자체가 계급의 영향을 받는 과정이었습니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말은 그 비용의 불균형 앞에서 온전히 성립하기 어려웠습니다.
청년 정책은 무엇을 놓쳤나
역대 정부마다 청년 취업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청년 인턴십, 일경험 프로그램, 취업 성공 패키지, 청년 구직 활동 지원금 등 이름은 달랐지만 방향은 비슷했습니다. 단기 경험을 제공하거나 구직 비용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정규직 일자리의 절대 수를 늘리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구조적 격차를 좁히는 방향의 정책은 훨씬 어렵고 오래 걸리는 과제였습니다. 빠르게 성과를 보여야 하는 정치 논리와 구조 개혁에 필요한 시간 사이의 간극이 정책의 한계를 만들었습니다.
질문은 남는다
청년 실업은 청년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몰리는 사회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취업 준비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청년과 감당할 수 있는 청년이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구직을 포기한 청년에게 사회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가. 좁은 문 앞에 더 많은 사람을 세우는 것이 해결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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