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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간·부동산의 미래: 113화 도시가 계층을 재배치하는 방식 본문

2021년 8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전용 84㎡(34평)가 34억 원입니다. 같은 달,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재건축 아파트는 평당 2,500만 원입니다. 같은 면적이 8억 5,000만 원. 같은 도시, 같은 시기, 직선거리 15킬로미터. 하지만 가격은 4배 차이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부동산 가격 차이가 아닙니다. 계층 분류의 공간적 표현입니다.
도시는 중립적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계층을 나누고, 분류하고, 고정시키는 장치입니다. 누가 어디에 사느냐는 우연이 아닙니다. 소득, 자산, 직업, 학력이 공간으로 번역됩니다. 강남에 사는 사람과 강북에 사는 사람. 둘의 평균 소득 차이는 2배입니다. 평균 자산 차이는 5배입니다. 평균 학력도 다릅니다. 공간이 계급을 표시합니다.
19세기 런던의 이스트엔드와 웨스트엔드. 템스강을 기준으로 도시가 나뉘었습니다. 서쪽은 귀족과 부르주아, 동쪽은 노동자와 빈민. 물리적 거리는 5킬로미터였지만, 사회적 거리는 무한대였습니다. 이스트엔드 아이가 웨스트엔드로 이주할 확률은 3%도 안 되었습니다. 태어난 곳이 평생을 결정했습니다.
20세기 초 시카고 사회학자들이 이것을 체계화했습니다. '동심원 이론'.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계층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도심은 빈민, 그 다음 노동자, 그 다음 중산층, 외곽은 부유층. 하지만 21세기 서울은 정반대입니다. 도심이 가장 비쌉니다. 강남, 여의도, 용산. 외곽이 싸습니다. 구로, 금천, 도봉. 이론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도시가 계층을 재배치하는 첫 번째 방식은 '주거비를 통한 선별'입니다. 강남 전세 5억 원. 이 금액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만 강남에 삽니다. 자연스러운 필터입니다. 소득 상위 20%만 통과합니다. 나머지 80%는? 강북, 경기도, 인천으로 밀려납니다. 주거비가 계층 분류기가 됩니다.
두 번째는 '학군을 통한 세습'입니다. 강남 8학군, 목동, 중계동. 좋은 학교가 있는 곳 집값이 올라갑니다. 부유한 부모가 그곳으로 이사합니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냅니다. 좋은 대학에 갑니다. 좋은 직장에 취업합니다. 다시 강남에 삽니다. 순환 구조입니다. 공간이 계층을 재생산합니다.
세 번째는 '네트워크를 통한 기회 독점'입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연결됩니다. 아이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고, 부모들이 학부모회에서 만나고, 정보를 교환합니다. "어느 학원이 좋더라", "어느 회사가 채용한다더라". 비공식 정보망이 형성됩니다. 이 네트워크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정보에서 소외됩니다.
네 번째는 '낙인을 통한 배제'입니다. 특정 지역에 살면 사회적 시선이 달라집니다. 2000년대 초 '달동네', '쪽방촌', '판잣집'. 이 단어들은 지역뿐 아니라 사람을 지칭했습니다. "너 어디 사니?"라는 질문에 "구로동"이라고 답하면, "아, 거기..."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주소가 신분증이 되었습니다.
2010년대 이것이 더 정교해졌습니다. '강북 촌놈', '경기도 촌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표현입니다. 강남에 살지 않으면 '촌놈' 취급받습니다. 농담처럼 시작했지만, 실제 차별로 이어집니다. 취업 면접에서 거주지를 묻습니다. 강남구라고 하면 플러스, 금천구라고 하면 마이너스. 명시적이지 않지만, 작동합니다.
미국 뉴욕의 '레드라이닝'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1930년대 연방정부가 지역별 신용등급을 매겼습니다. 흑인이 많이 사는 지역은 '빨간색'으로 표시했습니다. 은행은 이 지역에 대출을 거부했습니다. 결과는? 흑인들은 집을 살 수 없었습니다. 계속 임대로 살았습니다. 자산 축적이 불가능했습니다. 백인과의 부의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공간 차별이 경제적 불평등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세 사기'가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빌라 전세 사기는 주로 어디서 일어날까요? 강남이 아니라 구로, 금천, 관악구입니다. 왜? 저소득층이 모여 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보가 부족하고, 법률 자문을 받을 여력이 없습니다. 피해를 입어도 회복이 어렵습니다. 같은 전세 제도인데, 사는 곳에 따라 위험도가 다릅니다.
프랑스 파리의 방리유(banlieue) 문제도 유사합니다. 이민자들이 파리 외곽 공공주택에 모여 삽니다. 실업률 30%, 범죄율 높음, 학교 수준 낮음. 한번 이곳에 들어오면 빠져나가기 어렵습니다. 파리 중심부 기업들은 방리유 주소를 가진 지원자를 꺼립니다. "그곳 출신은 문제가 많다"는 편견입니다. 주소가 취업 장벽이 됩니다.
한국 서울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보입니다. 2023년 한 취업 포털 조사에 따르면, 인사 담당자의 23%가 "지원자 거주지가 채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차별 금지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작동합니다. "출퇴근이 가능한가" 같은 명분으로 포장됩니다.
도시의 계층 재배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착됩니다. 1970년대 강남 개발 당시, 강남은 논밭이었습니다. 집값이 싸서 중산층이 이주했습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강남은 상위 10%만 살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한번 형성된 공간 위계는 스스로 강화됩니다. 집값이 오르고, 좋은 시설이 들어오고, 더 부유한 사람들이 이주하고, 집값이 더 오릅니다.
반대로 한번 쇠퇴한 지역은 계속 쇠퇴합니다. 영등포가 그랬습니다. 1990년대까지 서울의 부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의도가 개발되면서 밀려났습니다. 기업들이 떠나고, 상권이 쇠퇴하고, 집값이 정체되었습니다. 2020년대 재개발로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30년이 걸렸습니다.
재개발이 계층 재배치의 강력한 도구입니다. 낡은 동네를 새로 짓습니다. 집값이 3배 오릅니다. 원주민 중 60%는 재입주 비용을 감당 못 합니다. 떠나야 합니다. 대신 새로운 계층이 들어옵니다. 동네 전체가 계층 교체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서울 성수동이 대표적입니다. 2010년 공장 지대, 2024년 힙스터 성지. 원래 살던 공장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는 대부분 떠났습니다. 임대료를 감당 못 했습니다. 대신 IT 스타트업, 디자인 스튜디오, 고급 카페가 들어왔습니다. 동네 평균 소득이 2배 올랐습니다. 공간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이것을 '자연스러운 시장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명확합니다. 저소득층이 살 곳이 점점 사라집니다. 서울 어디로 가도 비쌉니다. 경기도로 밀려납니다. 경기도도 비싸지면? 충청도, 강원도로 갑니다. 수도권에서 일하면서 지방에서 통근합니다. 출퇴근 시간 3시간. 삶의 질이 떨어집니다.
중국 베이징의 '베이촌(北村)'이 극단적 사례입니다. 베이징 5환선 밖 지역. 저임금 노동자 200만 명이 모여 삽니다. 좁은 방 6평에 10명이 2층 침대로 잡니다. 샤워실, 화장실 공용. 월세 30만 원. 베이징에서 일하지만 베이징에 살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공간이 계층을 가시화합니다.
한국에서는 '고시원', '쪽방'이 이 역할을 합니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 1.5평 방에 월세 25만 원. 화장실 공용, 샤워실 없음. 2024년 현재 3,000명이 삽니다. 평균 나이 65세. 평생 일했지만 집 한 칸 없는 노인들입니다. 도시는 이들을 가장 구석진 곳에 몰아넣습니다.
도시 계획도 계층 재배치 도구입니다. 지하철 노선이 어디로 가느냐, 재개발 구역이 어디로 정해지느냐. 이것이 집값을 결정하고, 집값이 계층을 결정합니다. GTX 노선 하나가 수십만 명의 주거지를 바꿉니다. 노선에 포함된 지역은 집값이 오르고, 제외된 지역은 정체됩니다. 도시 계획은 중립적 기술이 아닙니다. 권력의 행사입니다.
결국 도시가 계층을 재배치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주거비로 걸러내고, 학군으로 고착시키고, 재개발로 교체하며, 낙인으로 배제합니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선택지 자체가 불평등합니다.
한남동 34억짜리 아파트 거주자와 쌍문동 8억짜리 아파트 거주자. 둘은 같은 도시에 살지만, 다른 세계에 삽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 이용하는 병원, 만나는 사람들, 접근 가능한 기회. 모든 것이 다릅니다. 도시는 물리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리는 점점 더 견고해집니다. 도시가 계층을 나누고, 계층이 도시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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