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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간·부동산의 미래: 110화 관광도시의 양면성과 이주현상 본문

2019년 7월, 제주도 제주시 구도심. 한 달 체류 관광객이 묵는 게스트하우스 1박 요금이 3만 원입니다. 같은 건물 월세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 40만 원.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면 한 달 수입이 90만 원입니다. 건물주의 선택은 명확했습니다. 장기 임대를 포기하고 단기 숙박업으로 전환했습니다. 그 건물에 15년 살던 제주 토박이 가족은 이사해야 했습니다. 관광이 주민을 내쫓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2024년 현재, 제주도 인구는 68만 명입니다. 2010년보다 10만 명 늘었습니다. 하지만 제주 출생자 비율은 60%에서 45%로 줄었습니다. 외지인이 20만 명 들어오는 동안, 제주 원주민 5만 명이 떠났습니다. 어디로? 부산, 광주, 그리고 육지의 중소도시로. 제주에서 태어나 평생 살던 사람들이 집값을 감당 못 해 고향을 떠납니다. 관광도시의 역설입니다. 사람들이 찾는 곳일수록, 그곳 사람은 살 수 없게 됩니다.
1960년대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코 독재 정권이 관광 산업을 육성했습니다. "스페인은 다르다(Spain is different)"는 슬로건으로 유럽 관광객을 끌어들였습니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고딕 지구, 지중해 해변. 바르셀로나는 유럽의 대표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1970년 연간 관광객 100만 명, 2019년에는 3,200만 명. 인구의 20배입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문제가 터졌습니다. 에어비앤비가 확산되면서 주택이 숙박시설로 전환되었습니다. 고딕 지구의 아파트 70%가 관광객용 단기 임대가 되었습니다. 원주민은 집을 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2015년부터 '관광객은 집으로(Tourists go home)'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관광버스에 페인트를 뿌리고, 레스토랑 테라스를 점거했습니다. 관광이 도시를 죽인다는 각성이었습니다.
관광도시의 양면성 첫 번째는 '임대 시장의 왜곡'입니다. 장기 임대보다 단기 임대가 수익이 높습니다. 제주 구도심 빌라 월세 50만 원, 에어비앤비로 돌리면 월 150만 원. 3배 차이입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주민이 살 집이 사라집니다. 2024년 제주시 장기 임대 주택 공실률 2%. 빈 집이 없습니다. 모두 관광객용입니다.
두 번째는 '물가 상승'입니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모든 가격이 올라갑니다. 식당, 카페, 마트. 관광객 기준 가격이 됩니다. 제주도 국밥 한 그릇이 1만 2,000원입니다. 서울보다 비쌉니다. 주민들은 외식을 포기합니다. 생활물가가 관광물가를 따라갑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활비는 2배 올랐습니다. 관광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주민에게는 재앙입니다.
세 번째는 '일자리의 질 저하'입니다. 관광 산업은 일자리를 만듭니다. 호텔, 식당, 카페, 렌터카. 하지만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입니다. 제주도 평균 임금은 전국 평균의 75%입니다. 관광 일자리는 많지만, '좋은 일자리'는 없습니다. 청년들은 대학 졸업 후 육지로 떠납니다. 제주대 졸업생 취업률 70%, 그중 제주 정착률은 30%입니다. 관광도시는 청년을 머물게 하지 못합니다.
네 번째는 '정체성의 상실'입니다. 관광객을 위한 도시로 변하면서, 원래의 모습이 사라집니다. 제주 구도심 오래된 시장이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SNS에 소개되면서 카페와 기념품 가게로 바뀌었습니다. 주민이 장보던 정육점, 채소 가게는 사라졌습니다. 동네가 테마파크가 됩니다. 관광객은 '진짜 제주'를 보러 왔지만, 정작 보는 것은 관광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 제주'입니다.
이탈리아 베니스가 극단적 사례입니다. 1950년 베니스 구시가 인구는 17만 명이었습니다. 2024년에는 5만 명입니다. 관광객은 연간 3,000만 명. 하루 평균 8만 명이 찾지만, 실제 거주자는 5만 명입니다. 주민보다 관광객이 많은 도시. 슈퍼마켓, 병원, 학교가 사라지고, 기념품 가게와 호텔만 남았습니다. 베니스는 더 이상 도시가 아닙니다. 거대한 박물관입니다.
베니스 시의회는 2023년 급진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입장료 5유로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입장 인원을 제한합니다. 크루즈선 입항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늦었습니다. 이미 떠난 주민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한번 관광도시가 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 제주도 외에도 강릉, 속초, 부산 해운대가 비슷한 문제를 겪습니다. 강릉 안목 카페거리. 2010년 카페 5개, 2024년 100개. 집값은 3배 올랐습니다. 안목동 주민들은 밀려났습니다. 속초 중앙시장 주변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광객으로 넘쳐나지만, 원주민 비율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현상이 있습니다. '역이주'입니다.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입니다. 2020~2023년 연평균 2만 명이 제주로 이주했습니다. 누구일까요? 재택근무 가능한 IT 종사자, 프리랜서, 은퇴자, 카페 창업자. 서울 집을 팔아 제주에서 더 큰 집을 삽니다. 그들에게 제주는 '살기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제주 원주민에게는? '살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이 심화됩니다. 제주도청 앞에서 '외지인 투기 규제' 집회가 열립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어디든 살 수 있습니다. 제주도만 특별히 규제할 수 없습니다. 2021년 제주도는 '부동산 거래 허가제'를 검토했지만, 위헌 소지로 무산되었습니다. 행정력으로는 시장을 막을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계절성'입니다. 관광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명확합니다. 여름 3개월 동안 1년 매출의 70%를 벌어야 합니다. 겨울에는 한산합니다. 고용도 불안정합니다. 여름엔 직원 10명, 겨울엔 2명. 연중 안정적 일자리가 아닙니다. 주민들은 "관광으로는 못 먹고 산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다른 산업은 없습니다. 관광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습니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지구도 비슷합니다. 사크레쾨르 성당 주변이 관광 특구가 되면서, 원주민이 떠났습니다. 빵집, 정육점이 사라지고, 기념품 가게와 크레페 노점이 들어섰습니다.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동네였지만, 이제는 예술가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만 있습니다. 동네의 영혼이 사라진 것입니다.
일본 교토도 심각합니다. 기온 지구의 게이샤를 촬영하려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 생활이 마비됩니다. 교토시는 2024년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을 설정했습니다. 위반 시 벌금 1만 엔.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관광객은 계속 옵니다. 주민은 계속 떠납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암스테르담 모델이 주목받습니다. 도심 숙박 시설 총량 제한, 에어비앤비 연간 30일 제한, 관광세 인상. 관광을 줄이는 정책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수입이 감소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지킵니다. 암스테르담 시장은 "우리는 주민이 사는 도시를 원한다. 관광객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고 선언했습니다.
뉴질랜드 퀸스타운은 다른 접근을 시도합니다. 관광 수입의 일부를 '주민 주거 기금'으로 적립합니다. 그 돈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짓습니다. 관광 노동자가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주택. 관광이 만든 문제를 관광 수입으로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2024년 현재 500가구가 완공되었습니다. 충분하지 않지만, 시작입니다.
한국 제주도는 아직 해법을 못 찾았습니다. 외지인 토지 거래 제한은 위헌, 에어비앤비 규제는 실효성 없음, 관광세 도입은 업계 반발. 모든 정책이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그 사이 원주민은 계속 떠나고, 이주민은 계속 옵니다. 제주는 '누구의 제주'가 될까요?
관광도시의 양면성은 명확합니다. 경제는 성장하지만 주민은 떠나고, 유명해지지만 정체성은 사라지며, 일자리는 늘지만 질은 나빠집니다. 관광은 도시에 돈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영혼을 빼앗아갑니다. 그리고 한번 관광도시가 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시장의 힘이 정책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제주시 구도심 게스트하우스. 간판에는 "Welcome to Jeju"라고 쓰여있습니다. 하지만 그 건물에 살던 제주 가족은 5년 전 광주로 떠났습니다. 관광객은 환영받지만, 주민은 환영받지 못하는 도시. 이것이 관광도시의 진짜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모습은 제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모든 관광도시가 겪는 공통의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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