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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간·부동산의 미래: 112화 소멸도시와 기회의 이동 본문

🍀2025 대한민국/주거 환경

도시·공간·부동산의 미래: 112화 소멸도시와 기회의 이동

raon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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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경상북도 의성군. 전국에서 가장 먼저 '소멸 위험 경보'가 발령된 지역입니다. 인구 4만 7,000명. 1990년에는 12만 명이었습니다. 30년 만에 60% 감소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구조입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 38%. 20~30대 비율 8%. 초등학교 10곳이 폐교되었습니다. 면사무소 직원을 구하지 못해 공고를 3번이나 냈습니다. 도시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2024년 현재, 한국의 228개 시·군·구 중 113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절반입니다. 전라남도는 22개 시·군 중 20곳이 위험 지역입니다. 경상북도는 23개 중 19곳. 강원도는 18개 중 14곳. 수도권을 제외한 대한민국은 빠르게 소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진행 중인 현실입니다.

 

1960년대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 탄광 도시였습니다. 인구 12만 명. 석탄 산업으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붕괴가 시작되었습니다. 2007년 유바리시는 재정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2024년 현재 인구는 6,500명. 60년 만에 95% 감소했습니다.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었습니다. 학교, 병원, 상점이 사라졌습니다. 남은 것은 노인뿐입니다.

 

소멸도시의 첫 번째 특징은 '인구 구조의 역피라미드'입니다. 의성군의 경우, 출생아 수가 연간 150명입니다. 사망자 수는 900명. 자연 감소가 750명입니다. 이 속도면 50년 후 인구는 1만 명 이하로 떨어집니다. 출생률을 올릴 방법도 없습니다. 가임기 여성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20~30대 여성 비율이 3%입니다.

 

두 번째는 '경제 기반의 붕괴'입니다. 인구가 줄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상점이 문을 닫고, 상점이 문을 닫으면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악순환입니다. 전북 고창군의 경우, 2010년 시장 상인이 300명이었는데 2024년에는 80명입니다. 가게 70%가 폐업했습니다. 남은 상인들도 70대입니다. 후계자가 없습니다.

 

세 번째는 '공공서비스의 축소'입니다. 인구가 줄면 세수가 줄어듭니다. 지방정부 재정이 악화됩니다. 공공 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강원도 정선군은 버스 노선을 30% 감축했습니다. 하루 2회만 운행하는 마을이 생겼습니다. 병원도 줄었습니다. 산부인과, 소아과가 먼저 사라집니다. 아이가 없으니 필요 없습니다.

 

네 번째는 '부동산 가치의 소멸'입니다. 경남 합천군 단독주택 매매가가 평균 5,000만 원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금의 10분의 1입니다. 그런데도 팔리지 않습니다. 사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2023년 합천군 주택 거래량이 연간 200건입니다. 하루 1건도 안 됩니다. 부동산이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되었습니다. 재산세는 내야 하는데 팔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소멸도시에 '기회'를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귀농·귀촌족'입니다. 서울에서 은퇴한 50~60대가 시골로 내려갑니다. 집값이 싸기 때문입니다. 경북 영양군에 5,000만 원이면 마당 딸린 2층 집을 삽니다. 서울 빌라 전세금으로 집주인이 됩니다. 텃밭을 가꾸고, 여유롭게 삽니다. 2020~2024년 사이 귀촌 인구가 연평균 50만 명입니다.

 

두 번째는 '청년 창업가'입니다. 서울에서 카페를 차리려면 권리금 5,000만 원, 인테리어 3,000만 원, 월세 300만 원입니다. 1억 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남 담양에서는? 권리금 없이 월세 50만 원입니다. 초기 투자 2,000만 원으로 시작 가능합니다. 실패해도 부담이 적습니다. 실제로 지역 소도시에 청년 카페, 게스트하우스, 공방이 생기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디지털 노마드'입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IT 종사자, 작가, 디자이너들이 소멸도시로 이주합니다. 강원도 홍천, 전북 무주, 경북 영주. 집값 싸고, 조용하고, 인터넷만 되면 됩니다. 서울 오피스텔 월세 100만 원으로 소도시에서 단독주택을 빌립니다. 삶의 질이 올라갑니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소도시 이주자의 35%가 IT 관련 직종입니다.

 

네 번째는 '로컬 크리에이터'입니다. 유튜버, 블로거들이 소멸도시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듭니다. "시골 한 달 살기", "폐교 리모델링", "100만 원으로 집 사기". 조회 수가 수백만을 넘습니다. 광고 수익이 발생합니다. 콘텐츠가 수익 모델이 되면서, 소멸도시가 '콘텐츠 자원'으로 재평가됩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흥미롭습니다. 도쿠시마현 카미야마초. 인구 5,000명의 소멸 위험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마을이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만들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무료 작업실을 제공했습니다. 한 달에 10만 엔(약 100만 원) 생활비만 지원했습니다. 예술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이 카페, 갤러리, 공방을 열었습니다. 관광객이 찾아왔습니다. 2024년 현재 카미야마초는 '일본에서 가장 창의적인 시골'로 불립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습니다. 전남 완도군의 '청년 어촌 정착 지원 사업'. 40세 이하 청년이 완도로 이주하면 3년간 월 100만 원을 지원합니다. 집도 제공합니다. 조건은 어업에 종사할 것. 2020년 시작해서 2024년까지 120명이 정착했습니다. 적은 숫자지만, 의미는 있습니다. 청년 유입이 전혀 없던 곳에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경북 영주시는 '빈집 활용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청년에게 월 5만 원에 임대합니다. 청년은 그곳에서 창업하거나 재택근무를 합니다. 2023년 현재 30가구가 입주했습니다. 빈집이 자산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소유주는 방치하던 집으로 임대 수입을 얻고, 청년은 저렴하게 거주하며, 지역은 인구가 늘어납니다. 3자 모두 이득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청년이 이주해도 정착률이 낮습니다. 3년 안에 70%가 다시 떠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일자리가 없습니다. 귀촌해서 카페를 열었는데, 손님이 없습니다. 마을 주민이 고령이라 카페를 안 갑니다. 관광객도 적습니다. 1년 버티다 폐업합니다.

 

둘째, 교육 환경이 열악합니다. 아이를 키우기 어렵습니다. 초등학교는 있지만, 중학교는 이웃 면에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시내에 있습니다. 통학이 불가능합니다. 기숙사에 보내야 합니다. 30대 부부가 귀촌했다가 아이 초등학교 입학 시점에 다시 돌아갑니다.

셋째, 문화 인프라가 없습니다. 서점, 영화관, 공연장이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끼리 모일 공간이 없습니다. 고립감을 느낍니다. "자연은 좋은데, 너무 심심하다"는 것이 귀촌 실패자들의 공통된 고백입니다.

 

그렇다면 소멸도시는 되살릴 수 없는 것일까요?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은 어렵습니다. 인구 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다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몇몇 곳은 '틈새 생존'에 성공할 것입니다. 어떤 곳일까요?

첫째, 접근성 좋은 곳입니다. 서울에서 1시간 반 이내, KTX역이 있는 곳. 강릉, 속초, 여수. 주말 여행지로 기능하면서 인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둘째, 특화 산업이 있는 곳입니다. 경주(관광), 포항(철강), 울산(자동차). 한 가지라도 강한 산업이 있으면 버팁니다.

 

셋째, 자연 환경이 뛰어난 곳입니다. 제주, 강릉, 남해. 은퇴자와 디지털 노마드가 선택할 만한 곳. 삶의 질로 승부하는 곳입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천천히 소멸할 것입니다. 이것은 비극이지만, 동시에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산업 구조가 바뀌면 도시도 바뀝니다. 탄광이 사라지면 탄광촌도 사라집니다. 농업 인구가 줄면 농촌도 줄어듭니다. 막을 수 없습니다.

 

다만 '관리된 소멸'은 가능합니다. 남은 주민들이 최소한의 존엄을 유지하며 살 수 있도록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 버스, 병원, 복지관. 인구가 줄어도 이것만은 지키는 것. 그것이 현실적 목표입니다.

 

의성군 어느 마을. 20가구가 삽니다. 평균 나이 78세. 10년 후면 이 마을은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삶이 있습니다. 할머니들이 밭을 가꾸고, 이웃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소멸은 미래의 일이고, 삶은 지금입니다. 소멸도시에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통계로 보면 소멸이지만, 그곳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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