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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45화 산재 은폐 관행 본문

2019년 4월 경기도 평택 한 공장에서
2019년 4월 15일 오후 2시경 경기도 평택시 소재 자동차 부품 공장. 30대 노동자가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 두 개를 다쳤다. 뼈가 으스러졌다. 피가 쏟아졌다. 동료가 응급처치를 하고 현장 관리자에게 알렸다.
관리자는 119 대신 회사 차량을 불렀다. 노동자를 태우고 인근 정형외과로 갔다. 개인 병원이었다. 의사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리자는 치료비를 회사에서 낸다고 했다. 산재 처리는 하지 말라고 했다.
노동자는 수술을 받았다. 병가를 냈다. 치료비는 회사가 부담했다. 산재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산재였다.
왜 기업은 산재를 숨겼나
산재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 조사가 들어왔다.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받았다. 위반 사항이 나오면 과태료가 부과됐다. 중대 재해면 사업 정지도 가능했다.
산재 발생률은 기업 평가에 반영됐다. 공공기관 입찰과 대기업 협력사 선정에 불이익이 있었다. 안전 등급이 낮으면 수주에 영향을 미쳤다. 산재를 줄여야 매출이 유지됐다.
산재 보험료도 올랐다.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은 보험료율이 인상됐다. 수백 명 규모 공장에서 보험료가 연간 수억 원 늘어날 수 있었다. 기업은 산재를 숨겨 비용을 줄였다.
노동자는 어떻게 설득당했나
회사는 치료비 전액을 부담한다고 했다. 휴업 기간 급여도 준다고 약속했다. 산재 처리하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개인 질병으로 처리하면 간단하다고 했다.
암묵적 압박도 있었다. 산재 신고하면 회사에 피해가 간다고 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물었다. 계약직은 재계약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일부 노동자는 산재 제도를 몰랐다. 산재 보험이 있는지, 신청 방법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회사가 알려주지 않았다. 노동자는 회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2020년 여름 충남 천안 전자 부품 공장에서는
2020년 7월 충남 천안시 한 전자 부품 공장에서 40대 여성 노동자가 화학 물질에 노출됐다. 기침이 심해지고 호흡이 곤란해졌다. 회사는 개인 병원으로 데려갔다. 감기라고 진단받았다.
증상이 계속됐다. 한 달 뒤 큰 병원을 찾았다. 직업성 천식으로 진단받았다. 작업장 화학 물질이 원인이었다. 산재 신청을 했다. 회사는 작업 환경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 조사가 시작됐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다른 노동자 두 명도 호흡기 질환이 있었다. 모두 개인 질병으로 처리됐었다. 작업장 환기 시설이 부실했다. 보호구 지급도 제대로 안 됐다.

건설 현장에서는 어떻게 은폐됐나
2021년 9월 서울 강남구 아파트 건설 현장. 50대 노동자가 자재에 발을 다쳤다. 뼈에 금이 갔다. 현장 소장은 인근 접골원으로 데려갔다. 깁스를 하고 진통제를 받았다.
2주 뒤 통증이 심해졌다. 큰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았다. 골절이었다. 수술이 필요했다. 산재 신청을 하려 했다. 현장 소장이 연락했다. 이미 치료비를 회사에서 냈다고 했다. 산재 처리하면 환수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자는 산재 신청을 포기했다. 수술비와 입원비를 자비로 부담했다. 3개월 뒤 다른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발이 완전히 낫지 않았지만 생계를 위해 나갔다.
택배와 배달 노동자들은 어떻게 됐나
2022년 3월 인천의 한 택배 기사가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무거운 짐을 나르다 다쳤다. 산재 신청을 했다. 택배사는 업무와 무관하다고 했다. 개인 질환이라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관련성을 조사했다. 6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택배 기사는 일을 쉬었다. 수입이 끊겼다. 치료비를 자비로 댔다. 산재 승인이 났을 때는 빚이 쌓인 뒤였다.
배달 라이더도 비슷했다. 교통사고로 다쳐도 산재 신청을 망설였다. 절차가 복잡했다. 승인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플랫폼 기업은 고용 관계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정부 조사에서는 무엇이 드러났나
고용노동부는 2022년 산재 은폐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100개 사업장을 점검했다. 34곳에서 산재 은폐 정황이 포착됐다. 치료비를 회사가 부담하며 산재 신고를 막았다.
적발된 기업에 과태료가 부과됐다.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수준이었다. 산재를 숨겨 절감한 보험료보다 적었다.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산재 신청 건수는 13만 건이었다. 실제 산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 기관들은 산재 은폐율을 30%에서 50%로 봤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달라졌나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산재 사망 사고를 은폐하면 가중 처벌을 받았다. 기업은 더 조심했다. 중대 재해는 숨기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경미한 산재는 여전히 은폐됐다. 손가락 절단, 골절, 화상 등은 개인 질병으로 처리됐다. 회사가 치료비를 대는 방식은 계속됐다.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 때문에 산재 신청을 꺼렸다.
2023년 경기도의 한 물류 창고에서 50대 노동자가 지게차에 발을 다쳤다. 회사는 치료비를 부담했다. 산재 신고는 하지 말라고 했다. 노동자는 계약직이었다. 재계약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질문은 남는다
기업은 평가와 보험료를 피하려 산재를 숨겼다. 노동자는 고용 불안 때문에 침묵했다. 제도는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은폐된 산재는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산재를 숨기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되는 구조는 왜 바뀌지 않는가. 노동자가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보이지 않는 산재 뒤에 숨은 고통은 누가 책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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