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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42화 물류센터 과로사 문제 본문

역사 & 현대 사회/대한민국 근현대사

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42화 물류센터 과로사 문제

raon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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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창고의 조용한 밤

2020년 10월 택배 대란이 시작됐을 때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2020년 10월 16일 새벽 5시경 야간 근무를 마친 40대 남성이 쓰러졌다. 동료들이 119에 신고했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심근경색이었다.

 

일주일 전인 10월 9일 같은 물류센터에서 40대 여성이 근무 중 쓰러져 숨졌다. 두 달 전인 8월에도 50대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졌다. 한 물류센터에서 석 달 사이 3명이 죽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한 해였다. 택배 물량이 전년 대비 30% 늘었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다.


물류센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나

새벽 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야간 근무조가 일했다.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주간조가 일했다. 12시간 교대제였다. 쉬는 시간은 점심 30분과 휴게 10분씩 두 번이었다.

 

컨베이어벨트 위로 상자가 쏟아졌다. 노동자들은 상자를 집어 분류했다. 지역별로, 크기별로, 품목별로 나눴다. 벨트가 멈추지 않았다. 한 시간에 천 개 넘는 상자를 처리했다.

 

명절 전후와 쇼핑 시즌에는 물량이 두 배로 늘었다. 추석 전 9월과 블랙프라이데이가 있는 11월이 특히 심했다. 잔업과 특근이 이어졌다. 주 60시간 넘게 일하는 노동자가 많았다.


왜 과로사가 반복됐나

쿠팡은 2010년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했다. 당일 배송과 새벽 배송이 경쟁력이었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24시간 물류센터 가동이 필수였다.

 

물류센터 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다. 계약직과 파견직으로 일했다. 고용 불안 속에서 휴가를 쓰기 어려웠다. 아프면 해고될까 두려워 참고 일했다.

 

생산성 지표가 노동자를 압박했다. 시간당 처리량이 평가 기준이었다. 기준을 못 채우면 재계약에서 탈락했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웠다. 물도 마시지 않고 일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21년 여름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났을 때

2021년 6월 17일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관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건물 4만㎡가 불탔다. 진화에 15시간이 걸렸다.

 

화재 원인은 냉동창고 천장 우레탄 패널이었다. 가연성 자재였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소방 시설이 부실했다. 물류센터는 화재 발생 1년 전 안전 점검에서 적발을 받았지만 개선하지 않았다.

 

화재 이후에도 물류센터 야간 작업은 계속됐다. 다른 물류센터로 물량이 분산됐다. 노동자들의 업무량은 더 늘었다.


물류 센터 휴게실에서의 대화

과로 인정은 어떻게 이뤄졌나

쿠팡 물류센터 사망 사고 유족들이 산재 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과로사 인정에 신중했다. 업무와 사망의 인과관계를 따졌다. 기저 질환 여부를 조사했다.

 

2020년 10월 사망한 두 노동자는 산재로 인정받았다. 장시간 노동과 야간 근무, 높은 노동 강도가 사망 원인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산재 인정까지 1년 가까이 걸렸다.

 

유족들은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의 안전 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쿠팡은 개인의 건강 문제라고 반박했다. 재판은 진행 중이었다.


정부와 국회는 어떻게 대응했나

고용노동부가 쿠팡 물류센터 특별 감독에 나섰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전국 30개 물류센터를 점검했다. 장시간 노동, 휴게 시간 미보장, 안전 시설 미비 등 1200여 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쿠팡에 과태료 1억4000만 원이 부과됐다. 시정 명령이 내려졌다. 쿠팡은 근로 시간 단축과 휴게 공간 확충을 약속했다. 2021년 3월부터 야간 근무 시간을 11시간으로 줄였다.

 

국회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서둘렀다. 물류센터 과로사가 법 제정의 주요 배경이 됐다. 2021년 1월 법이 통과됐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됐다.


택배 노동자들은 어떤 상황이었나

물류센터에서 분류된 택배는 기사들에게 넘어갔다. 택배 기사 대부분이 특수고용직이었다.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했다.

 

하루 300개에서 400개 택배를 배달했다. 새벽 5시에 일을 시작해 밤 9시에 끝났다. 주 7일 일하는 기사가 많았다. 휴일은 명절뿐이었다.

 

2020년 택배 기사 16명이 과로로 죽었다. 2021년에는 14명이 죽었다. 정부는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 대책을 내놨다. 분류 작업 지원, 휴식권 보장이 주요 내용이었다.


2023년 쿠팡은 어떻게 바뀌었나

쿠팡은 2023년 연 매출 29조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로켓배송 회원은 1400만 명을 넘었다. 배송 속도는 더 빨라졌다.

 

물류센터는 전국 100개가 넘게 늘어났다. 노동자 수도 6만 명을 넘었다. 야간 근무 시간은 11시간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물량은 계속 늘었다.

 

2023년 한 해 동안 쿠팡 물류센터에서 3명이 과로로 쓰러져 숨졌다. 언론은 크게 보도하지 않았다. 과로사는 여전히 반복됐다.


질문은 남는다

당일 배송과 새벽 배송이 만든 편리함 뒤에서 누군가는 12시간 넘게 일했다. 물량이 폭증할 때마다 노동자들은 쓰러졌다. 법이 만들어지고 제도가 바뀌었지만 과로사는 멈추지 않았다.

 

빠른 배송을 위해 노동자의 건강을 희생하는 구조는 정당한가. 편리함의 대가를 누가 치르고 있는가. 과로사가 일상이 된 물류 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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