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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41화 건설현장 추락사고의 일상화 본문

매년 몇 명이 떨어져 죽는가
2023년 한 해 동안 건설 현장에서 425명이 사망했다. 이 중 추락사고가 198명이었다. 절반에 가까웠다. 2022년에는 458명이 죽었고, 2021년에는 428명이 죽었다. 추락 사망은 매년 200명 안팎이었다.
하루 평균 1.2명이 건설 현장에서 죽었다. 그중 절반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고도 있었다. 하청의 하청, 일용직 노동자 중 일부는 산재 신고조차 되지 않았다.
2022년 1월 광주 아파트 현장에서는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파트 건설 현장. 2022년 1월 11일 오후 3시경 외벽 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38층 높이였다. 안전난간이 없었다. 안전고리를 착용했지만 고정할 구조물이 없었다.
같은 해 4월 인천 서구 아파트 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23층에서 추락사했다. 엘리베이터 승강로 개구부 작업 중이었다. 추락 방지망이 설치되지 않았다. 5월에는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현장에서 40대 노동자가 12층에서 떨어졌다.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모두 안전시설이 부실했다. 모두 혼자 작업하다 사고를 당했다.
왜 안전시설은 갖춰지지 않았나
안전난간 설치에는 비용이 들었다. 추락 방지망 설치에도 시간이 걸렸다. 공기를 맞춰야 했다. 예산을 줄여야 했다. 원청은 하청에 공사비를 깎았다. 하청은 인건비와 안전비를 줄였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2021년 추락사고 현장의 82%에서 안전난간이 없었다. 67%에서 안전고리 부착 설비가 없었다. 안전모를 쓰고 안전고리를 찼어도 고정할 곳이 없으면 추락을 막을 수 없었다.
현장 소장은 안전관리자에게 압력을 넣었다. 안전 지적보다 공정 진행이 우선이었다. 안전관리자도 하청업체 소속이 많았다. 원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2018년 롯데월드타워 화재 진압 중에도
2018년 2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났다. 불을 끄러 올라간 소방관 1명이 지하 3층 승강기 통로로 추락해 숨졌다. 123층 높이 건물 안전시설이 부실했다.
같은 해 9월 서울 은평구 아파트 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10월 경기 화성시 공장 건설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떨어져 죽었다. 11월 부산 아파트 현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추락했다. 12월에는 김용균이 죽었다.
건설 현장 추락사고는 뉴스가 되지 않았다. 너무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이름 석 자가 기사에 나오는 경우도 드물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달라졌나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50인 이상 건설 현장에 적용됐다. 안전조치 미비로 노동자가 사망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었다.
법 시행 첫해 건설업 사망자는 458명이었다. 전년도 428명보다 늘었다. 추락 사망도 줄지 않았다. 2023년에는 425명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하루 1명 이상이 죽었다.
기업들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서류로 만들었다. 현장 안전 점검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 하청업체는 예산과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원청은 책임을 하청에 떠넘겼다.

일용직 노동자에게 위험이 집중된 이유는
2023년 건설업 사망자 425명 중 일용직이 234명이었다. 55%였다. 상용직 사망자는 119명으로 28%였다. 나머지는 자영업자였다.
일용직은 매일 현장이 바뀌었다.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위험한 작업일수록 일용직이 투입됐다. 높은 곳에서의 철근 작업, 외벽 마감, 개구부 작업이 그랬다.
50인 미만 소규모 현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2024년부터 5인 이상 현장으로 확대됐지만 여전히 영세 현장은 사각지대였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 그런 현장이었다.
추락 사망을 막는 기술은 있었나
선진국 건설 현장에는 추락 방지 시스템이 의무화됐다. 난간 일체형 거푸집, 자동 안전난간, 이동식 작업대가 사용됐다. 한국에도 같은 기술이 있었다.
문제는 비용과 공기였다. 안전 시스템 도입에 드는 비용을 원청이 부담하지 않았다. 하청이 감당할 수 없었다. 공기 단축 압력 속에서 안전은 뒷전이었다.
유럽은 설계 단계에서 안전을 고려했다. 위험한 작업을 최소화하는 설계가 의무였다. 한국은 설계와 시공이 분리됐다. 안전은 시공사 책임이라고 했다. 시공사는 다시 하청에 떠넘겼다.
유족들은 무엇을 요구했나
2023년 4월 건설 노동자 추락사 유족들이 모였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를 요구했다. 처벌 수위를 높이고 적용 범위를 넓히라고 했다. 안전 투자를 의무화하라고 했다.
기업들은 반발했다. 법 적용이 과도하다고 했다.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했다. 안전 비용 부담을 호소했다. 정부는 기업과 노동계 사이에서 조율했다.
유족들은 국회 앞에 천막을 쳤다. 매일 추락사하는 노동자 통계를 벽보로 붙였다. 이름과 나이와 사고 장소를 기록했다. 한 해 200명의 이름이 종이를 채웠다.
2024년 여름 잠실 롯데타워 앞에서는
2024년 7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인근 공사 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크게 다쳤다. 같은 달 인천 아파트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10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8월 부산 현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매달 15명에서 20명이 건설 현장에서 떨어져 죽었다. 언론은 더 이상 보도하지 않았다. 일상이 됐기 때문이었다. 유족만 기억했다.
추락 방지 기술은 있었다. 법도 있었다. 예산도 있었다. 없는 것은 생명을 최우선에 두는 의지였다.
질문은 남는다
매년 200명이 같은 방식으로 죽는다. 안전난간이 없고 추락 방지망이 없는 현장에서. 기술도 법도 있지만 사고는 반복된다. 일용직과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이 집중된다.
왜 건설 현장 추락은 일상이 됐나. 누구의 이익을 위해 안전이 희생되는가. 법이 있어도 죽음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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