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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담론·규제의 변화: 141화 정치가 경제를 움직이는 구조 본문

2023년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한 카페. 30대 초반 경제부 기자 김민수는 노트북 앞에서 멈춰 있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분석하던 중이었습니다. 전월세상한제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 종부세 기준 조정. 그는 궁금했습니다. 이 정책들이 정말 시장을 안정시킬까요?
정치는 경제를 움직입니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정책 결정은 시장 논리보다 정치 논리를 따릅니다. 표가 먼저고, 효과는 나중입니다. 문제는 이 순서가 바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정부는 금융시장 개방을 서둘렀습니다. IMF와 OECD 가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경제 관료들은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선진국 진입"이라는 상징을 선택했습니다. 6개월 뒤 한국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정치가 경제를 움직이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타이밍입니다. 선거 전에는 경기부양책이 나옵니다. 재정을 풀고,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를 내립니다. 선거 후에는 긴축이 시작됩니다. 이 사이클은 4~5년마다 반복됩니다. 시장은 정책이 아니라 선거 일정을 봅니다.
두 번째는 상징입니다. 정책은 효과보다 메시지로 설계됩니다. 2020년 코로나19 때 한국 정부는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줬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선별 지급이 효율적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보편 지급을 택했습니다. "모두가 함께"라는 메시지가 중요했습니다.
세 번째는 갈등 구도입니다. 정치는 경제 문제를 이분법으로 만듭니다. 집주인 대 세입자, 대기업 대 중소기업, 정규직 대 비정규직. 편을 가르고, 적을 만들고, 지지층을 결집시킵니다. 해법보다 구도가 먼저입니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30번 넘는 대책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집값은 두 배 올랐습니다. 보유세 강화는 "부자 증세", 재건축 규제는 "투기 억제"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유권자에게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게 중요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뀝니다. 2022년 새 정부가 들어서자 정반대 정책이 나왔습니다. 보유세 완화, 재건축 허용, 대출 규제 완화. 지지층이 다르면 정책도 달라집니다. 경제정책이 아니라 정치전략입니다.
그렇다면 경제 전문가들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대부분은 정치적 결정을 사후 정당화합니다. 정부가 방향을 정하면, 연구소가 근거를 만들고, 학자가 논리를 붙입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성보다 정치성이 우선됩니다.
역설은 여기 있습니다. 정치가 경제를 움직일수록 경제는 불안정해집니다. 정책이 선거 주기로 바뀌면 기업은 장기 투자를 꺼립니다. 규제가 정권마다 달라지면 시장은 예측 불가능해집니다.
2024년 지금, 한국 경제정책은 표류 중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포퓰리즘 경쟁에 빠졌습니다. 청년수당, 노인수당, 농민수당이 쏟아집니다. 정책 효과는 묻지 않습니다. 당장 표가 되느냐만 중요합니다.
김민수는 노트북을 닫았습니다. 기사 제목을 정했습니다.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 전문가들 효과 회의적".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정부는 이미 다음 선거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정치는 경제를 움직입니다. 하지만 경제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정치를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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