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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간·부동산의 미래: 120화 부동산 이후의 부동산 본문

2021년 11월,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 가상 토지 한 필지가 243만 달러(32억 원)에 팔렸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땅입니다. 밟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32억 원을 냈습니다. 같은 해 서울 노원구 아파트 한 채 가격입니다. 현실 부동산과 가상 부동산이 같은 가격이 된 순간. 많은 사람이 웃어 넘겼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이었습니다.
2024년 현재, '부동산 이후의 부동산'이라는 개념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리적 공간에 묶여있던 자산 개념이 해체되고 있습니다. 땅을 소유한다는 것, 집을 산다는 것, 공간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다시 정의되고 있습니다. 변화는 세 방향에서 동시에 옵니다. 디지털화, 기후위기, 그리고 소유 개념의 해체입니다.
1086년 영국 윌리엄 1세의 '둠즈데이 북'. 잉글랜드 전체 토지를 조사한 최초의 부동산 대장입니다. 누가 어느 땅을 소유하고, 그 가치가 얼마인지를 기록했습니다. 부동산의 근본 개념이 확립된 순간입니다. 토지는 소유 가능하고, 거래 가능하며, 가치를 갖는다. 이 원칙이 938년간 유지되었습니다.
조선시대 한국의 토지 문서 '토지문권'. 땅의 경계를 표시하고, 소유자를 기록합니다. 매매할 때 문서를 넘깁니다. 지금의 등기부등본과 본질이 같습니다. 수백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공간을 소유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권리를 주장합니다. 이것이 부동산의 본질이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이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균열은 '공유경제'였습니다. 에어비앤비가 보여준 것.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위워크가 보여준 것. 사무실을 소유하지 않아도 일할 수 있습니다. 소유와 사용이 분리되었습니다.
부동산 이후의 부동산 첫 번째 형태는 '토큰화된 부동산'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부동산을 조각으로 나눕니다. 100억짜리 빌딩을 100만 조각으로 쪼갭니다. 1조각에 10만 원. 누구나 빌딩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임대 수익도 지분만큼 받습니다. 2024년 현재 미국, 싱가포르, 유럽에서 50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이 토큰화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카사코리아', '펀블' 같은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강남 상업용 부동산을 5,000원짜리 조각으로 판매합니다. 5,000원으로 강남 건물 주인이 됩니다. 월 임대 수익이 통장으로 들어옵니다. 아직 규모는 작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합니다. 부동산이 주식처럼 거래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부동산 투자의 민주화입니다. 10억이 있어야 강남 투자가 가능하던 시대에서, 5,000원으로도 가능한 시대로.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도 생깁니다. 투기가 더 쉬워집니다. 5,000원으로 사고 팔기를 반복합니다. 부동산이 완전한 금융상품이 됩니다. 사는 곳이 아니라 투자 자산으로만 존재합니다.
두 번째 형태는 '메타버스 부동산'입니다. 2021~2022년 메타버스 붐 때 많은 기업이 가상 토지를 매입했습니다. 삼성, 나이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수십억 원을 가상 토지에 투자했습니다. 이유는? 미래의 소비자들이 가상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가상 매장에서 물건을 사고, 가상 콘서트를 보고, 가상 학교에서 공부한다면? 가상 부동산도 현실 부동산만큼 중요해진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2023년 메타버스 버블이 꺼졌습니다. 디센트럴랜드 토지 가격이 고점 대비 90% 폭락했습니다.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많이 접속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상 현실이 현실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기술이 부족했습니다. 불편하고, 느리며,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 후퇴일 수 있습니다. VR 기술이 발전하면, 가상 공간에서의 경험이 현실에 가까워집니다. 그때 가상 부동산의 가치가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사용권 기반 부동산'입니다. 소유하지 않고 사용권만 삽니다. 월 구독료를 내고 전국 어디든 살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어펌드 홈'. 월 2,500달러(325만 원)를 내면 미국 전역 아파트를 선택해서 삽니다. 1개월 뉴욕, 다음 달 마이애미, 그 다음 달 시애틀. 계약 없이, 이사 스트레스 없이. 넷플릭스처럼 집을 구독합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맹그로브', '홈즈컴퍼니'. 멤버십을 내면 서울 각지의 코리빙 하우스를 이용합니다. 가구 완비, 인터넷 포함, 청소 포함. 한 달 후 다른 지역으로 이사합니다. 1인 가구 청년들에게 인기입니다. 소유 없이 거주합니다.
네 번째는 '기후 적응형 부동산'입니다. 118화에서 다뤘듯, 기후위기가 부동산 가치를 재편합니다. 이것을 넘어서, 아예 이동 가능한 주거가 등장합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수상 주택. 해수면이 올라가도 집이 함께 올라갑니다. 일본의 '스마트 모듈 하우스'. 조립식 주택입니다. 트럭으로 이동 가능합니다. 홍수가 예보되면 미리 이사합니다. 집이 이동합니다.
미국 텍사스의 '타이니 하우스' 운동. 15~20평 초소형 주택입니다. 이동 가능한 트레일러 형태도 있습니다. 소유 비용이 일반 주택의 10분의 1입니다. 환경 부담도 적습니다. 2024년 현재 미국 타이니 하우스 거주자 70만 명. 10년 전보다 10배 증가했습니다. 부동산의 크기와 고정성에 대한 반발입니다.
한국에서는 '모듈러 주택'이 주목받습니다. 공장에서 생산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합니다. 건설 기간 3분의 1, 비용 20% 절감.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모듈러로 짓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서울 도봉구에 모듈러 공공임대 100세대가 들어섰습니다. 기존 아파트와 외관상 차이가 없습니다.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공동체 기반 부동산'입니다. 개인이 소유하지 않고, 커뮤니티가 공동 소유합니다.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CLT)'. 비영리 단체가 토지를 소유합니다. 주민들은 건물만 소유합니다. 토지는 공동체 것이니 팔 수 없습니다. 결과는? 집값이 오르지 않습니다. 영원히 저렴하게 삽니다. 미국에서 300개 CLT가 운영됩니다. 25만 가구가 이 시스템으로 삽니다. 투기를 차단한 주거 안정 모델입니다.
한국에서도 시도가 있습니다. 서울시 '사회주택'.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 주택을 짓고 운영합니다. 시세 80%로 임대합니다. 투기 없음. 수익 없음. 주거 안정만 있습니다. 2024년 현재 2,500가구 운영 중입니다. 아직 작지만, 새로운 모델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이후의 부동산'은 어떤 모습일까요? 2050년을 상상해봅니다. 토큰화로 부동산 소유가 세분화됩니다. 100만 명이 한 건물을 공동 소유합니다. 메타버스 기술이 발전해 가상 공간이 현실과 구분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물리적 집과 가상 집 두 개를 삽니다. 기후위기로 이동 가능한 주거가 일반화됩니다. 고정된 집이 아니라 이동하는 집.
소유 개념이 약화됩니다. "어디 산다"는 개념이 "어디를 이용한다"로 바뀝니다. 플랫폼이 주거를 관리합니다. 월 구독료를 내면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반발도 있을 것입니다. "집은 소유해야 한다"는 뿌리 깊은 인간의 본능. 영역을 표시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 이것은 문화가 아니라 본능입니다.
결국 '부동산 이후의 부동산'은 두 방향으로 분화될 것입니다. 가진 사람들은 더 많이 소유합니다. 토큰화, 메타버스, 기후 안전 지역. 모든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에 투자합니다. 못 가진 사람들은 더 완전하게 비소유합니다. 구독 서비스, 코리빙, 공공임대. 소유 없이 삽니다.
소유와 비소유의 격차는 더 커집니다. 현실 부동산 + 가상 부동산 + 토큰 부동산. 자산이 있는 사람은 세 종류의 공간 자산을 가집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세 종류 모두 없습니다. 공간 불평등이 차원을 더합니다.
하지만 희망도 있습니다. 기술이 민주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5,000원으로 강남 건물 주인이 될 수 있다면? 메타버스에서는 누구나 좋은 집을 가질 수 있다면?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을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강남에 살 수 없어도, 가상에서는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짜 해방인지, 또 다른 환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디센트럴랜드에서 32억 원을 낸 구매자. 그 땅에서 무엇을 했을까요? 가상 건물을 지었습니다. 광고를 걸었습니다. 임대 수익을 냈습니다. 2년 후 땅값이 90% 폭락했지만, 그사이 임대 수익으로 일부를 건졌습니다. 현실 부동산과 완전히 같은 구조입니다. 위치, 개발, 임대, 매매. 공간이 가상이어도 부동산의 본질은 같았습니다.
그것이 핵심일지도 모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간은 공간을 원합니다. 자신의 영역을 갖고 싶어합니다. 그 공간이 물리적이든 가상이든, 소유든 구독이든. 인간에게 공간은 본능입니다. 부동산은 형태가 바뀔 것입니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공간을 원하는 한, 공간은 가치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치 있는 것은 언제나 불평등하게 분배됩니다. 그것이 부동산의 영원한 본질입니다.
F섹션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101화에서 시작한 질문, "왜 도시가 계급을 만든 공간이 되었는가?"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공간은 인간의 본능이고, 본능은 희소성을 만들며, 희소성은 불평등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바뀌고, 형태가 바뀌고, 이름이 바뀌어도. 공간과 계급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도시는 앞으로도 계급을 만드는 공간일 것입니다. 다만 그 방식이 달라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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