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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대 사건사고 16화: 대연각호텔 화재 "크리스마스를 삼킨 불길, 163명의 목숨" 본문

1971년 12월 25일 오전 9시 50분, 서울 충무로 대연각호텔. 크리스마스 아침의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호텔 투숙객들은 아침 식사를 하거나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층 커피숍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22층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16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악의 호텔 화재였습니다.
대연각호텔 화재. 당시로서는 초고층 건물이었던 이 호텔에서 벌어진 참사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건물이 높으면 위험하다", "소방 시설이 부실하면 큰일 난다". 온 국민이 깨달았습니다. 이 참사 이후 건축법과 소방법이 전면 개정되었습니다. 안타까운 희생이 남긴 교훈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아침의 비극
대연각호텔은 1968년에 지어진 서울의 랜드마크였습니다. 지하 2층, 지상 21층. 당시로서는 초고층 건물이었습니다. 명동과 가까워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호텔은 만실이었습니다.
화재는 1층 커피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프로판가스통에서 가스가 새어나왔고, 조리 중이던 불에 인화되었습니다.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커피숍 직원들은 급하게 소화기를 찾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불은 엘리베이터 통로와 계단을 타고 위로 번졌습니다. 건물 내부가 가연성 재료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벽은 합판으로 되어 있었고, 천장은 스티로폼이었습니다. 불쏘시개 같은 건물이었습니다. 불이 붙자 순식간에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10시경, 3층 이상은 완전히 연기에 갇혔습니다. 투숙객들은 방에 갇혀 창문을 두드렸습니다. "살려주세요!" 하지만 소방차의 사다리는 5층까지밖에 닿지 않았습니다. 위층 사람들은 구조될 방법이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나
참사가 커진 이유는 여러 가지였습니다. 첫째, 비상구가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있었지만 잠겨 있었습니다. 투숙객이 무단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불이 나자 사람들은 비상구를 찾았지만 열리지 않았습니다.
둘째, 스프링클러가 없었습니다. 당시 한국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습니다. 소화기도 부족했고, 있는 것도 관리가 안 되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초기 진화가 불가능했습니다.
셋째, 피난 훈련이 전혀 없었습니다. 직원들도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투숙객들에게 안내방송도 없었습니다.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우왕좌왕했습니다.
넷째, 건축 자재가 불에 약했습니다. 합판, 스티로폼, 비닐 등 가연성 재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불이 붙으면 독성 연기가 나는 재료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불보다 연기에 질식해 죽었습니다.
다섯째, 소방 장비가 낙후했습니다. 당시 서울 소방서의 사다리차는 5층까지밖에 닿지 않았습니다. 21층 건물의 화재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헬리콥터 구조도 시도했지만, 연기와 바람 때문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창문에 매달린 사람들
가장 참혹한 장면은 창문에 매달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연기에 질식할 것 같아 창문을 열었지만, 내려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5층 이상은 사다리가 닿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창틀을 붙잡고 매달렸습니다.
"도와주세요!" 절규가 들렸지만, 소방관들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10층, 15층, 20층. 너무 높았습니다. 몇 분을 버티던 사람들은 결국 힘이 떨어져 추락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일부는 이불을 묶어 밧줄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도중에 끊어져 떨어졌습니다. 어떤 사람은 옆 건물로 뛰어내리려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추락했습니다. 절망적인 선택들이었습니다.
화재는 5시간 넘게 계속되었습니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완전히 진화되었습니다. 건물 내부는 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시신 수습이 시작되었습니다. 163구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많은 시신이 신원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탔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장례일이 된 가족들
희생자 대부분은 투숙객이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지방에서 올라온 출장객, 크리스마스를 맞아 호텔에 머물던 가족들.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한 가족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려 왔다가 부모와 두 자녀 모두 숨졌습니다. 신혼여행 온 부부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서울 구경 온 시골 노부부도 희생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장례일이 되어버린 가족들이었습니다.
원인 조사 결과, 프로판가스 누출이 직접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부실한 안전관리와 낙후된 소방 시설이었습니다. 건물주와 호텔 경영진의 안전 불감증이 참사를 키웠습니다.
재판에서 건물주와 호텔 지배인은 금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형량은 가벼웠습니다. 이미 숨진 163명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늦은 처벌이었습니다.

법이 바뀌고, 안전 기준이 생기다
대연각호텔 화재 이후, 정부는 서둘러 법을 개정했습니다. 1972년, 건축법과 소방법이 전면 개정되었습니다. 고층 건물에 대한 안전 기준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은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했습니다. 비상구도 여러 개 만들어야 했고, 항상 열려 있어야 했습니다. 비상 유도등과 비상 방송 시설도 의무화되었습니다.
건축 자재도 규제되었습니다. 불에 타지 않는 재료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합판이나 스티로폼 같은 가연성 재료는 금지되었습니다. 내화 구조가 강조되었습니다.
소방 장비도 보강되었습니다. 고층 건물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를 구입했습니다. 소방관 인력도 늘렸습니다. 피난 훈련도 의무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어진 건물들은 어떻게 할까요. 법을 소급 적용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건물들이 여전히 위험한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 후, 또 한 번의 대형 참사가 터집니다. 1982년 서울 청량리의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19명이 숨졌습니다. 대연각의 교훈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증거였습니다.
안전은 돈이 아니라 생명이다
대연각호텔 화재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안전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불편하다고, 비용이 든다고, 규제라고 무시하지는 않는가.
대연각호텔 건물주는 비상구를 잠갔습니다. 투숙객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몇 푼의 돈을 아끼려다 163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비용이 든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전 규정은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마 불이 나겠어", "우리 건물은 괜찮아". 안일한 생각입니다. 대연각호텔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63명이 죽었습니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생명을 지키는 투자입니다. 대연각호텔 화재는 그것을 뼈아프게 가르쳐준 참사였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쁨이 비극으로 바뀐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음 화 예고: 금호아파트 붕괴 - 부실 공사가 부른 집단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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